비가 오는 날 마주이야기 나누기
- 덕하 신일해피트리작은도서관
우르르 쾅광쾅!! 쾅쾅!! 요란한 천둥 번개로 시작된 하루다. 굵은 장대비가 아침 내내 퍼붓더니 오후가 된 지금은 가랑비가 되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책 친구 아이들이 올까?’ 걱정된다.
정주희 선생님이
“비가 오니 아이들이 늦네요.” 하는데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하며 아이들이 뛰어 들어왔다.
“글쎄? 우리 지난 시간 뭐 했지?"
"아~~~ 그 그 그 행복 그거 했는데?"
"그래 <행복을 나르는 버스> 읽고 행복에 대해 얘기 했지?"
어느새 여섯 명의 아이들이 선생님 주변에 올망졸망 모였다. 참새처럼 재재재 선생님께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름표도 달지 않았는데 선생님은 아이들 이름을 다 알고 계셨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며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천둥 소리 들은 사람?”
“운동장에서 천둥 번개 봤어요.” “집에 있는데 무서웠어요.”
“그랬어?? 오늘 천둥 치고 비가 와서 선생님이 이 책 갖고 왔어”
“우산 속에 뭐가 있지?”
“고슴도치요”, “꿀꿀이요”
책을 한 페이지 넘기며 또 물어본다.
“비가 어떻게 내리는 것 같아?”
“쾅쾅쾅 내리는 것 같아요”, “쭉쭉 내려요”
오늘 내린 비가 온전히 책에 담겨 있다. 오늘 읽기 딱 좋은 책을 골라온 선생님의 순발력! 책 내용을 정확히 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가 오는 날 사자는 뭘 할까?” 선생님은 수수께끼 내듯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용은 뭐할까?”
“하늘에서 구슬 지키고 있어요!”
“우리 친구들은 비 올 때 뭐 했어요? 비 올 때 했던 재미난 일 있어요?”
“난 오늘 우산 쓰고 뛰어다녔어요”
“선생님 저 여기 올 때 물웅덩이 밟고 왔어요”
“그랬구나! 기분이 어땠어?”
“기분 좋아요!”
“그랬구나! 그걸 그려볼까?”
아이들은 저마다의 재미난 일을 그리고 발표했다.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기 싫은 친구는 선생님께만 살며시 보여주었다.
“지혁아, 이건 뭐 그린 거야?”
“바람에 비가 날아가요”
“그래서 흩날리는 비구나!”
“이건 뭐야?”
“버스에서 비 오는 거 봤어요”
‘아이들 마음속에 이렇게 다양한 비 이야기가 있었구나!’ 놀라웠다.
선생님은 새 책을 들었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책 표지를 본 아이가 “선생님 수박 먹는 거 같아요!”
선생님이 웃었다. “그렇네. 빨개서 수박 같네~”
선생님이 책을 읽자 아이들은 똘망똘망 집중한다.
책의 안쪽 면지를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떤 느낌이 들어?”
면지를 본 아이들은 ‘해가 뜨는 거 같다’ ‘어두워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비가 올 때,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다른 사람은 뭘 하고 있나요?”
‘내가 라면을 먹을 때’는 라면 먹는 옆에서 하품하는 고양이에서 출발해 이웃집, 이웃 나라를 건너 지구의 반대편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선생님이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을 묻고 생각나는 것을 말했다. 아이들의 물음에 대답해주며 읽느라 책 한 권 읽는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책을 읽고 나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지구는 동그랗고, 동그란 지구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듯 우리 모두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했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아무것도 못 먹고 힘없이 쓰러져 있는 친구도 있어.” 아이들도 텔레비전에서 본 가난한 나라 이야기를 했다.
“언제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요?” 선생님이 물었다.
“맛있는 거 먹을 때요.” “친구랑 재미있게 놀 때요”, “오늘 물웅덩이 밟으며 놀 때 재미있었어요”
“우리는 어린이 시민으로 지구를 위해 뭘 약속할 수 있을까요?”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요.”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지 말고 쓰레기통에 버려요”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요.” “친구를 도와줘요.”
“또 뭐가 있을까요?”
“장애인을 도와줘요.” “돈을 기부해요.”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가 기부를 말하다니!! 그런데 이 친구 말을 선생님이 듣지 못하셨다. ㅜ.ㅜ
다음은 나를 위한 약속을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한 약속은 ‘골고루 먹는다’였다.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친구는 ‘약속 나무’ 잎사귀를 붙여봐요.”
아이들은 약속을 지키겠다며 약속 나무를 완성했다.
꽉 찬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A팀 책 친구들과 인사하고 헤어지기도 전에
B팀 책 친구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있다.
도서관은 새로 입주한 아파트답게 모든 것이 깨끗하다. 신제품으로 보이는 컴퓨터 등 도서관 기물들도 다 새것이다. 부럽다.
처음 도착했을 때 젊은 남성 봉사자가 맞아주었는데 책 친구를 마치니 봉사자가 여성으로 바뀌어 있다. 봉사자는 모두 10명이라고 했다. 각자 2시간씩 돌아가면서 도서관을 지키는 것 같았다. 도서관 단톡방과 아파트카페가 있어서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주고 받는다고 했다.
도서 구입은 주민 신청을 받아 하는데, 주민들의 도서관 이용이 높다고 했다. 책 친구가 진행되는 중에도 신간 코너에 들러 대출하는 이용자가 몇 명 있었다. 도서관이 젊고 활기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서관도 봉사자도 함께 성장하는 덕하 신일해피트리작은도서관이 되길 기원한다.
by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울산경주지부장 하현숙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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