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책친구

작은도서관 활동가 책친구와 함께 펼치는 독서문화프로그램

[2022 작은도서관 책친구] -다문화작은도서관 책친구 이야기

모파상의 단편 <노끈 한 오라기>

- 다문화작은도서관


다문화작은도서관(울산광역시 중구)은 울산의 구도심 외곽에 자리한 건물 3층에 있었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등록할 책들이 책상 위에 있었고 공간 곳곳에 있는 작은 화분들에서 운영자의 손길이 느껴졌다. 아담하고 따뜻해 보이는 공간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책친구 참가자들이 일찍 도착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4시. 인사를 마친 이미숙 선생님이 8박자 박수 치기를 가르쳐 주었다. 손바닥을 엇갈리게 비비고 몸을 쓰담으며 치는 박수에 참가자들이 적극 동참했다.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오늘 함께 들여다볼 작품은 기드 모파상의 단편 <노끈 한 오라기>다. 선생님은 기드 모파상 소개와 <노끈 한오리기>의 간단한 줄거리를 읽어주고 질문 했다.


“억울한 일을 만났나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오해를 받았을 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참가자들은 돌아가며 자신의 억울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엄마를 아파트 옆 동으로 모셔와 몸과 마음으로 봉양했는데도 그 공은 하나도 모른 채 동생 내외만 챙길 때 느낀 서운함...


다른 가족은 돌보지 않는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최선을 다해 모셨지만, 어느 날 도둑년 취급을 당했던 경험,..


남편과 성향이 달라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서로 맞추고 살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남편을 보며 왜 나만 애써야 하는지 억울해서 넥타이로 남편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지금은 서로 대화하고 화 푸는 방법을 찾아서 잘 지내고 있다.


손에 장애가 있어 의수를 끼는 참가자는 의수를 벗었을 때 남편이 밀어서 균형을 못 잡고 쓰러진 이야기를 했다. 한쪽 손이 없는 상태를 배려해주지 않는 모습에 큰소리로 욕하고 싸웠지만, 남편의 본 마음은 그렇지 않을거라는 생각으로 참았다고 했다.





그다음엔 3명씩 한 팀이 되어 ‘나라면 그때 어떻게 했을까?’를 의논했다. ‘각 팀은 마을 사람, 말랑땡영감, 오슈코론영감이 되어서 작품을 새로 써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어려워요’를 외쳤지만 곧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다시 만드는 이야기가 어떻게 나올까? 한 명만 바뀌어도 전체 이야기가 달라질까? 궁금했다.




각 팀은 파이팅을 외치며 발표를 시작했다.

오슈코룬팀이 먼저 발표했다.

“처음에는 변호사를 사서 마을 사람과 말랑땡영감을 고소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개과천선 하는 걸로 스토리를 짰어요.”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는 이유가, 내 편이 한 명도 없는 이유가 그동안 내가 잘 못 살았구나. 내가 마을 인심을 얻지 못해 이렇구나.”를 반성하고. 그동안 마을에 감사한 일들을 생각하며 동내의 궂은일, 해야할 일에 지갑을 열어 부숴진 다리도 고치고 마을을 위해 쓰겠다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여러분 옛 날의 오슈코룬을 잊어주세요. 달라진 오슈코룬을 만나게 될것입니다.”


다음은 말랑땡영감팀에서 발표를 했다. 말랑땡영감은 “나는 오슈코룬영감에게 늘 당했어!”라며 억울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늘 손해 보고 무시당했기에 오슈코론 입장에 서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너도 한번 당해 봐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나에게 그동안 ‘미안하다’는 말을 한마디만 했다면 그냥 넘어 갔을텐데… 나도 오슈코룬영감이 아파 말라가는 걸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아.”라며 속 마음을 이야기했다.

마을 사람들은 “자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우리가 되는 것이다.” “백세시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 봅시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훈훈한 마무리에 모두 웃었다.









그때 사회를 보던 선생님이 “오슈쿠론영감님 일어나보세요~ 그때 지갑 주우셨죠?” 라며 도발을 했다. 오슈코룬영감역을 맡았던 참가자가 펄쩍 뛰며 “내가 지갑 줍는 것 봤어요?”라며 따지고 들어 모두가 큰소리로 한바탕 웃었다.

다 배우해도 될 것 같았다.

선생님은 “시간을 돌이켜 바꾸고 싶은 내 과거 이야기가 있나요?”라며 질문했다. ‘그때 내가 이랬더라면!’ ‘후회되는 옛날의 기억’에 대한 각자의 경험이 쏟아져 나왔다.





‘마음을 닫아버리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세상 살다 보면 오해받을 일도 있고 상처받을 일도 있는데 그때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고 극복해낼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이런 독서 모임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했다. 역할극이면 역할극! 발표면 발표!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참가자들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책모임을 이끄시는 선생님의 준비된 자세에 참가자들이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며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든든했다. 책 모임은 설문조사를 하며 마쳤다.

다문화작은도서관은 마을에 다문화가정이 많아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분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작고 소박한 이런 모임들이 마을에 튼튼히 뿌리 내리는 다문화작은도서관을 만들 것이다.






by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울산경주지부장 하현숙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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