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소녀들의 그림책 이야기>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은 충청북도 옥천군 안남면에서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로,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공부방으로 운영한 지 14년이 되었다.
책친구 박정호 선생님이 70대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모두 다 꽃이야'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백발의 소녀들은 작은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고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글을 배우고 있다.
잘못 쓴 단어는 지우개로 쓱쓱 지우고
다시 고쳐 쓰며 배움의 열정을 불태운다.
박정호 선생님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백발의 소녀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 속엔 노트 한 권,
가지런히 깎은 연필과 지우개가 담긴 필통, 책받침이 들어있다.
깜빡하고 책가방을 가져오지 않거나 필통을 가져오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고, 오히려 다 쓴 노트를 가지고 와 자랑을 한다.
학교는 커녕 글자 하나 배워보지 못하고 딸, 엄마, 아내로 살았다.
지금까지의 백발의 소녀들은 그냥 닥쳤기에 살아냈다고 한다.
힘들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글을 배우고
이렇게 집 밖을 나올 수 있어 즐겁다고 한다.
그림책 읽고 글을 배우는 시간이 너무 좋다는 백발의 소녀들.
아직도 일만 하고 글을 배우지 않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한다.
그녀들은 순응하는 삶에서 어느새 활동하는삶,
주체적인 삶을 사는 소녀들로 바뀌었다.
매주 금요일 아침, 그림책에 빠지고, 열심히 단어도 쓰고,
책 내용도 기억하면서 문학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는
안남 백발소녀들이 참으로 대단하다.
한번은 ‘대단한 참외씨/임수정/한울림어린이’ 그림책을 통해
보잘것없는 참외씨 하나가 열매를 맺기 위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람들에게 달콤함을 선물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미 그림책이 아니라
삶을 통해 보잘것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작은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그녀들은 그림책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위로받을 뿐이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주는 상장은 얼마나 멋진가?
'그 나이에 뭘 해?'
하는 생각을 버리고 하나라도 배우고 공부하는 모습에서
그림책은 세대를 연결하고 살아온 삶을 위로받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기대하게 한다.
선생님이 책 읽어 줘서 너무 좋아요. 하하하
초롱초롱한 눈빛, 쭈글쭈글 주름진 손에 쥐어진 연필,
선생님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백발의 소녀들이
오늘은 무슨 책을 읽어주나 기다리고 있다.
책친구는 백발의 소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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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2021작은도서관 책친구]
by 박정호(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책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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