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책친구

작은도서관 활동가 책친구와 함께 펼치는 독서문화프로그램

[2022 작은도서관 책친구 지원]-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책놀방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은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20년 전 엄마들이 주축이 된 책모임에서 도서관을 만들고 자원활동으로 운영을 하고 동네 사람들이 후원을 하면서 금천구의 대표적인 어린이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도서관 구석구석 어디 하나 자원활동가들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책친구 프로그램 역시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에서 그림책 공부를 하며 오랜 시간 활동을 해온 양정아 활동가가 담당해서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었다.





작은도서관은 어른과 아이가 만나 관계를 이루고 그것이 내가 사는 동네를 보다 안전하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바탕이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때문에 작은도서관에서 그림책 활동에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책놀이를 진행해온 지역 활동가의 존재는 소중하다. 어린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아이들의 욕구와 눈높이에 맞는 책놀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에서 지향하는 책놀이는 ‘책놀방’이라는 이름처럼, 학습의 연장선상이나 결과물을 반드시 내야 하는 독후 프로그램이 아니다. 놀이를 하듯 책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어린이들에게 책이 도구가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고자 한다.






이 날의 책놀이 주제는 <내가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니나 레이든의 그림책 <건축가 로베르토>를 함께 읽어보고 나만의 마을 만들기를 해보기로 했다.

모두들 친구집에 놀러온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거실에서 옹기종기 모아 앉았다. 책놀이에 참가한 어린이들을 잘 알고 있는 양정아 활동가는 어린이들이 지루해 할 틈을 주지 않는다.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읽으며 어린이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전문적인 용어나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는 뜻을 풀어서 설명해주기도 한다. 책낭독을 듣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어린이에게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책의 내용을 알려주기도 하면서 짧지 않은 책낭독이 재미있게 흘러갔다.






이어지는 <마을 만들기 활동>에서는 종이 키트로 구성된 집에 색을 칠하고 집만들기를 해보고 완성된 집을 상자 안에 배치하고 길을 그려넣어서 원하는 형태의 마을을 구성해보았다. 종이집 만들기 키트는 양정아 활동가가 직접 구매해서 준비했다. 일주일에 2번, 한 달에 8번의 책놀이를 위해 주제책을 선정하고 그것과 어울리면서도 재미있는 활동을 구상한 뒤 만들기 재료를 구입하기까지, 활동가에게는 많은 품이 드는 일이다.




고민해서 계획했던 책놀이로 어린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또 하고싶다는 말을 들을 때 힘들었던 순간들이 보람으로 되돌아온다는 양정아 활동가는 책놀이 활동 내내 어린이들을 도와주고 어린이들의 말에 대답해주며 예정된 시간을 넘기며 꽉 차게 활동했다.

어린이들은 활동을 하는 내내 쉬지 않고 서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이야기, 집에서 엄마나 아빠가 하는 말들, 동생과의 다툼과 같은 사소한 이야기다.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규칙을 지켜야 하고, 하교하고 나면 학원을 가느라 친구들끼리 소소한 일상을 주고 받으며 신나게 웃을 여유가 없을 지도 모른다. 도서관에서 책과 매개로 친구와 만나고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을 주고 받으며 빨리 해야 할 일이나 정답을 구하지 않아도 좋은 시간. 그런 여유와 빈 공간이 책놀이에 있었다.

각자의 개성껏 만든 자신만의 마을을 바라보며 뿌듯해 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도서관의 활동가들도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속에 담긴 지식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책이 사람과 연결되고 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때 책은 단순한 물성을 가진 도구가 아니라 세상과 어린이를 연결하는 문이 될 수 있다. 세련되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손길과 따뜻함이 만들어가는 책놀이는 따뜻하고 괜찮은 세상으로 안내하는 연결고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글_아차산아래작은도서관 놀자 이지인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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