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나은 나
김 현 실
‘어제보다 나은 나’는 하루하루를 피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즐겁고 행복한 날만 있으면 좋으련만, 피하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셀 수도 없어요. 그런데 그 피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날들도 다 삶에 들어와서 오늘의 내가 되었어요.
연말에 <트렌드 코리아 2022/김난도 외/미래의창>를 읽고 ‘나만의 내러티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고민했어요. 이것저것 찾다가 2월 1일부터 미라클모닝514챌린지를 시작했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내가 서약한 ‘1일 1포’ 즉 하루에 글쓰기 하나씩 하고 인증하는 거예요. 블로그를 해본 적이 없어서 블로그 개설을 하려고 봤더니 2007년에 만들어서 사진도 올렸던 흔적이 남아있어요. 블로그를 했다는 기억은 없는데 블로그에 있는 사진은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주었어요. 유튜브를 보면서 블로그 만들고 꾸미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서 ‘식물들이 노니는 공간’이란 블로그를 만들어 매일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처음 먹었던 마음은 ‘집에 있는 식물들 이야기를 하나씩 쓰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요즘 관심 많은 ‘다육아트’란 카테고리를 만들어 다육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그 느낌들을 썼어요. 금방 밑천이 떨어져서 일부러 다육아트를 배우러 가기도 하고, 옛날 것들을 소환해서 쓰기도 했는데 그것도 금방 밑천이 떨어졌어요. 스스로 약속한 매일매일 글쓰기를 하기 위해 ‘그림책원예테라피’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림책과 식물들 이야기를 버무려 글을 썼어요. 그러다 강화에 가서 아버지 일 도와드리면서 경험한 일들을 ‘강화 농사 이야기’란 카테고리를 또 만들어서 글을 썼어요. 블로그 운영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자세히 모르지만, 우선은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매일 새벽에 글을 쓰기 위해 그림책을 골라야 했고, 그림책을 더 자세히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다행히 협회에는 매주 신간들이 배달되어 따끈따끈한 신간을 읽을 수 있는 행운이 있었어요. 책과 식물 이야기가 꼭 연결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책과 식물들, 그리고 내가 식물들을 가꾸고 관찰한 이야기가 글감이 되었어요. 다행히 나만이 사용하는 카페에 모아둔 사진들이 있어서 자료를 찾는데 훨씬 수월했어요.
그림책을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을 통해서 보는 것은 또 달랐어요. 확대해서 찍으면 새로운 것들이 발견되었고, 새롭게 발견한 것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어요. 식물들 사진도 앞에서 뒤에서 아래에서 위로 방향을 바꾸어가면서 더 선명하고 자세하게 찍으려고 노력했어요.
새벽, 나만의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늘 행복하고 충만된 것만은 아니었어요. 글은 써지지 않고 출근은 해야겠고 ~ . 그럴 때는 할 수 없이 완성도 낮은 글을 발행하고 출근했어요. 그러면 하루 종일 찝찝해서 우울했고 포기하고 싶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1일 1포’는 한 달 동안 이어지고, 50일까지 이어지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100일을 채워보자 스스로 다짐을 했어요. 그러는 사이 내적 갈등은 무지무지 많았어요. 글감이 없고, 피곤하고, 하기 싫을 때는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멈춰도 돼.’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자꾸 꼬드기기도 했어요. 인증이란 것이 있었고, 함께 하는 커뮤니티에서 으쌰 으쌰 힘을 넣어주고, 위로와 격려의 말이 있어서 100일이 차곡차곡 쌓였어요.
100일 글쓰기 성공한 날은 끈기 있는 나에게 애썼다고 칭찬을 해주고, 아는 이들한테 블로그 링크를 보냈어요. ‘나 100일 동안 글 썼다~~^^’ 하고 자랑했어요.
우리 전통 행사로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 되는 날에 ‘백일잔치’를 하잖아요. 100일이 되면 낮과 밤을 구분하기 시작하고, 고개도 가누기 시작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여지는 시기라고 해요
‘1일 1포’ 100일 동안 글쓰기 해냈다고 기뻐하고 뿌듯해했더니 이제 겨우 고개를 가누기 시작한 아기였어요.
<커다란 벽이 있다면?/사토신 글/히로게 가쓰야 그림/엄혜숙 옮김/나무말미>에서 고양이는 벽이 나타나면 사다리를 이용해서 넘어가고, 독수리 다리를 잡고 하늘로 날아올라 벽을 넘고, 지상이 안되면 두더지처럼 땅속에 굴을 파서 넘어가고, 혼자서 힘들면 친구들을 모아서 힘을 합쳐 벽을 무너뜨려요. 고양이는 이제 어떠한 벽이 나타나도 피하지 않아요. 부딪혀보는 거죠. 혼자서 안되면 주변 사람들한테 도움을 청해서 벽을 넘어가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블로그에 글쓰기 하는 것이 이제 겨우 고개를 가누기 시작한 백일 아기이지만,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가보려고 합니다.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위해 주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림책도 더 찾아보고, 넓고 깊게 생각해 보려고 해요. 그런 날이 쌓이면 걸음마도 하고 뜀박질도 할 수 있는 '어제보다 나은 나'가 되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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