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연대, 공감, 함께
늘푸른어린이도서관 관장
박 소 희
2021년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의 슬로건은 ‘걷는 동안, 우리 함께’입니다.
우리가 하는 작은도서관 활동을 ‘길’에 많이 비유되곤 합니다. 2018년 성남함께하는주부모임과 책이랑도서관 아카이브북에도 ‘뜻이 만든 길, 그 길을 걸은 우리’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인생 또한 길에 비유되어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과 산과 나무, 가끔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는 여유 있는 길, 사색의 길, 때론 고난의 길을 따라 어떤 자아와의 만남, 인연과의 만남등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인간 삶의 굴곡이 길을 닮아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주제가 바로 많은 질문이 되고, 주제가 되고, 경험이 되고, 비유가 되어 우리에게 책으로 다가옵니다. 3월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의 주제는 연대와 공감과 함께입니다.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의 긴 터널을 걸어가고 있는 현재의 삶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으로 당황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뿌연 안개 자욱한 길을 걷는 듯 합니다. 똑같은 속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데도 다른 시간, 공간에 놓인 느낌입니다. 코로나는 분명 한 시대를 넘어가는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생활의 패턴이 바뀌고, 사람과의 만남 방식이 바뀌고, 그러다 보면 사고의 체계도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조금씩 적응해 간다는 것이 축적되다보면 어느 새 우리는 새로운 질서에 편승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 신인류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8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여 빵과 장미를 들고 찾아와 준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방문에 ‘연대’의 맘을 느낍니다. 이 시간에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다 산하해 간 19살 치알 신이 마지막 입고 있던 옷에 쓰여 진 ‘잘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는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에게 전 세계인들이 ‘공감’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인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길에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자 이야기합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작은도서관 회원들이 보내주신 책들을 보며 서로가 다른 곳에 있어도 책으로 하나가 되고 있구나, 같은 주제에 같은 책을 추천하신 분들과는 또 다른 ‘함께’를 제안 드리면 좋겠구나, 책을 읽으며 밑줄 그었을 그 한 문장속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울림이 바로 우리 안에 공감을 만들어냅니다. 여행책을 올려주시면서 지부 회원들과 그 길을 꼭 함께 걸어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겨주셨을 때는 만나지 못함에 대한 간절함이 표현되어 울컥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에도 세상을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과 자연에 감사하며, 한 번쯤 위를 보고 다른 시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어 공감하고, 소수자의 외로움을 느낄 줄 알고, 세대간의 차이가 불편이 되지 않고 존중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같이 여행하며 낯선 곳의 새로운 발견에 들뜨는 마음과 동행한 이들과의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다시 찾아지기를 바래봅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책을 읽는 시간들이 여러분 모두에게 생각을 모으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2021. 3월 봄은 오고 있다.
▼ 박소희 관장님의 추천책
연년세세 |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09월 18일 출간 "잘 모르면서 내가 그 꿈을 꾸었다. 잘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