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꾸준히, 오래오래
여행하는 평화책방 피스북스 대표
김 소 희
샘들...
와우, 오랜만에 도서관의 샘들을 불러보니... 설렙니다.
‘마을과 도서관’을 화두로 살았던 내가 여행하는 평화책방 피스북스를 열었고, 지금은 피스북스를 품은 비영리법인 환경과생명문화재단 <이다>로... 몸을 살짝 불렸습니다.
<이다>는 생태적 상상력, 생명문화 감수성, 생명권 행동주의를 말합니다.
이건 변신일까요?
내가 꿈꾸는 일들을 그려보니 그렇지 않더라구요. 도서관에서, 마을에서 내가 이웃들과 만들려 했던 문화와 세상이 지금 <이다>의 그림인걸요. 그렇게 나는 여전히 샘들과 같은 일을 합니다.
‘친애하는’ 샘들... 지금처럼 나란히, 꾸준히, 오래오래 같이 갑시다.
작은도서관, 무슨 책 읽어? 마침 ‘Save The Earth!’라는 키워드에 나를 초대해 주셨네요.
많은 책들이 눈앞에 떠다니지만 얼마 전 선정된 ‘올해의 환경책’ 중 따뜻한 신간 2권을 소개합니다.
새들은 집을 잃고 사람들은 길을 잃고
어디에든 우리가 있어
김혜정 지음 / 리리 퍼블리셔 / 2021년 2월 출간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숲으로 사박사박 걸어 들어가.
적당한 곳에 다다르면 거기 서서 숲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옹졸한 내 마음 따위 접어두고
그냥 가만히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숲이 하는 말….
내가 처음 들은 숲의 소리, “작은 새들은 집을 잃고, 사람들은 길을 잃고….” 나는 그 시작부터 긴장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작가는 핵발전소와 송전탑, 마구 베어진 비자림로,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그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들을 너무나도 덤덤한 글로 전한다. 그래서일까 흑백의 수묵화로 등장하는 ‘생명’들의 독백은 오히려 그냥 읽을 수 없다. 그림 속 표정만큼 아프다.
돼지가 말한다.
나는 느낄 수 있어요.
하늘과 바람, 구름도.
반짝이는 별과 부드러운 달빛을
그리고 당신도요.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우리 사이는 너무 멀어요.
나를 좋아하는 그대, 가끔은 나의 안부를 물어주세요.
돼지답게 잘 살고 있는지를요.
닭이 말한다.
이렇게 좁은 곳에서 평생 알을 낳아.
세상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태어나지 말 걸 그랬어.
동물원의 늑대가 말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나는 내가 아니야.
나는 여기 없어.
곰이 말한다.
곰아, 가자. 집에 가자.
곰아, 가자. 숲에 가자.
아무도 모르는 그 숲으로 가서
사람들은 모르는 비밀이 되자.
지구라는 별 위에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을 위해 앉아서 눈물만 흘리기보다는 뭐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그렸다는 작가, 그 진심이 그대로 전해진다. 우리가 저지른 일에 긴장하게 하고 또다른 생명있는 친구들의 아픔에 마음을 다치고, 작가의 바램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존엄합니다. 사람은 권력에게서, 모든 생명은 사람에게서, 빼앗긴 들에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가이아와 그레타의 시간을 기다리며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 키티 오메라 시 / 스테파노 디 크리스토파노, 폴 페레다 그림 / 책속물고기 / 2021년 7월 출간
기업경영의 핵심 데이터를 지원해온 삼정 KPMG가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소비트랜드 변화> 보고서에서는 언택트 즉 비대면 방식의 소비가 확산되고, 집의 기능이 홈코노미로 변화하며, 불안을 케어하는…, 이미 우리가 아는 트랜드를 확인해준다. 그런데 보고서에서 주목할 것은 ‘본원적 가치’를 중시하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반문하게 되었다. 소비자가 건강이나 생명, 행복, 가족, 안전 등 본원적 가치를 중시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Cognizant Center The Future Of Work는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에 관한 리포트 <After The Virus>를 발간했다. 코로나19 이후 5년이 지난 2025년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기술했는데, 그 내용은 앞의 삼정 KPMG의 보고서와 맥락이 같다.
▲온라인 빅뱅: 비대면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Work @ Home: 집은 일하는 곳이다.
▲건강검진의 시대, 개인위생이 사회적 이념이 되고, 고령화 비용이 늘고….
그리고 ▲Gaia and Greta- From the Fringe to the Mainstream, 가이아와 그레타가 주류가 됐다며 다음 같이 말한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면서 지구에서의 생활방식을 재조정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위기로 지구는 파랗게 숨을 쉬게 되었으며 생태계는 회복되었다.”
그럴 수 있기를, 이 위기가 본원적 가치를 고민하게 하고 생태계를 되살릴 기회가 될 수 있기를 소원하는…, 이 책이 그러하다.
모두가 거리두기를 해야 했던 2020년 3월, SNS에 한 편의 시가 올라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And the People Stayed Home)」, 키티 오메라의 이 시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 곳곳으로 전해졌다.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은 존 코릴리아노가 시를 노래로 만들었고 미국의 국민 성악가 르네 플레밍이 그 노래를 불렀다. 이 시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낭송되었으며,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라는 그림책으로 우리 앞에 배송됐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에 있게 되자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함께 책을 읽고, 편안히 쉬고,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어울려 놀게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집안에 머물렀지요. 그러자 서로의 말을 더욱 깊이 듣게 되었습니다. ……, 새로운 꿈을 마음에 그렸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서 지구가 깨끗이 나을 수 있도록 돕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집에 머무는 동안, 우리가 기어이 찾아가 훼손하지 않은 그 시간을 빌어 전보다 훨씬 건강하게 되돌아온 자연이…, 역설이지만 무엇보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