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8월, 추리/스릴러 #수수께끼 #미스테리


삶은 언제 스릴러가 되나.


천개의바람 대표 최진



음 의뢰를 받았을 때는 '추리와 스릴러' 분야에서 읽을만한 책을 추천하면 되는 줄 알았다. 좋아하는 분야이니, 손에 잡기만 하면 여름밤이 서늘하게 느껴질 만한 책을 권해야지 자신했었다.

그런데 정식으로 원고 청탁 메일을 받고 보니, 주제가 녹아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주제와 관련 있는 직접 찍은 사진도.... 으으음? 책을 읽고, 책을 만들고, 책을 파는 게 전부인 삶인데. 게다가 소소하고 다정한 분야 전문이라 돌발이라곤 생길 일이 없는 평범한 삶인데. 계획이 틀어졌다.

보통 사람의 삶에 스릴러가 끼어들 틈이 있을까? 스릴러와 관련이 있는 직접 찍은 사진은 어떤 사진일까? 삶의 배경이 스릴러로 바뀌는 것은 어떤 때일까? 실은 삶이 스릴러인 걸 나만 모르는 걸까?


좋은 스릴러는 읽는 동안 등이 뻣뻣해지거나, 오금이 저리거나, 심장 아래쪽이 묵직해지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시쳇말로 ‘쫄리는’ 상황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건데, 우리는 언제 가장 쫄릴까?

내가 읽은 스릴러 중 가장 인상적인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다. 내가 읽었던 책은 지금은 절판된 시아출판사의 판본으로 2006년 출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화차’보다 그 ‘화차’의 표지가 훨씬 좋다. 산 책을 집에서 찾을 수 없다는 미스테리는 여전해서, 인터넷서점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는 그 표지는 바코드 같은 창살 속에 여자 얼굴이 보이는데, 어떤 표정인지 묘하다.

남자는 사라진 약혼자를 찾고 있다. 추적할수록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되고, 사랑했던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 여자였다. ‘가장 믿고 있던 것이 허상’이라면, 남자에게는 아마도 삶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공포일텐데.... 나는 사라진 여자에게 공감했다.

신용대출, 소비자금융, 낼 수 있는 빚은 모두 당겨 쓰고 도망친 여자. 욕망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을 버린 여자.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신분을 훔친 여자.

단단하게 딛고 서 있다고 생각했던 발아래가 사실은 유리 바닥인 걸 알았을 때, 남들의 시선 앞에서 사라지고 싶은데 그 눈들이 끝까지 따라올 때, 무언가로부터 도망쳐도 도망쳐도 끝이 나지 않을 때... 삶은 스릴러로 변한다.


갓 서른. 서울살이는 십 년을 넘어가는데 돈은 모으는 족족 모두 전셋값으로 들어가고, 일은 어려워지기만 하고. 월급다운 월급을 삼사 년 받고 보니,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데. 문제는 회사를 계속 다녀도 죽을 것만 같았다. 낭비, 충동, 무계획 같은 단어를 떠올려본 적 없었던 나도 도망치고 싶었다. ‘화차’를 읽으면서 그 비현실적인, 나에게는 일어날 리 없는 상황 속에 빠져들었던 것은 그래서였을까.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 그 시절은 지나왔고 그때의 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화차’를 펼쳐 들면 그녀를 만날 것이다. 유리 바닥 아래서 손을 뻗어 내 발목을 잡아당기는 여자를.


화차 | 미야베 미유키 | 시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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