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도서관, 문학을 읽다
작은도서관에서 최초의 독서를
이선미(작은도서관 caru 관장)
스물네 살 여성이 작은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동그란 안경테, 오트밀색 맨투맨티, 말간 얼굴의 그녀는 나에게 물어본다. 머리가 안아프고 술술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책은 뭘까요? 저런, 머리가 아프시군요. 그동안 뭘 읽었나요? 카뮈의 페스트요. 머리가 아플만 하군요. 구병모의 절창 같은 걸 읽고 싶어요. 아직 등록을 안했는데, 대신 이 책 한 번 읽어보세요. 흠뻑 빠져들거예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너무 엄청난 책을 추천해 줬을까? 머리가 안아프고 재밌는 책을 원하는 그녀에게 먹먹하고 헤어나올 수 없는 책을 소개한 것은 아닐까 잠시 고민한다. 그러나 그 날 오후 4시. 내가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반드시 그 책일 것이다. 재밌는 책이란 상당히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기본적으로 서사성이 짙고 속도감 있는 책을 ‘재밌는’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미학적인 문장을 담고 있거나 반대로 문학적 핍진성이 다분해 현실감있게 느껴질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나에게 재미란 ‘나와 같을 때’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없이도 살 수 있나요?”언젠가 사랑이 그리워 질 때, 이 글을 읽는다면 당신은 대번에 눈물이 날 것이다. 문학을 읽다보면, 내 맘같아서 눈물이 날 때가 많다. 읽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살아갈 힘이 생긴다.
문장이 아름답다는 것을 미처 몰랐을 때, 나는 『최초의 인간』을 읽게 되었다.

‘돌투성이의 길 위로 굴러 가는 작은 포장마차 저 위로 크고 짙은 구름 떼들이 석양무렵의 동쪽을 향하여 밀려가고 있었다.’
카뮈는 책의 첫 장에서 사흘 전 구름이 대서양 위에서 부풀어, 서풍을 기다리다가 천천히, 그리고 점점 더 빨리, 모로코의 물마루에서 풀렸다가 알제리의 고원을 지나는 구름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매혹되었다는 것이 이런걸까. 열다섯살의 나는 문고판 책의 한바닥을 가득채운 구름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한번 빠져보니 그 다음은 더 쉬었다. 레트 버틀러가 스칼렛 오하라를 벽에 밀어붙이고 이글거리는 눈빛을 쏘아붙일 때, 쿤타킨테가 노예선 비좁은 갑판에 묶여 세 달 가까이 살아 냈을 때, 호세 아르카디오의 피가 계단을 내려가고 턱을 넘고 어머니에게 죽음을 알릴 때. 소설의 장면들은 오래된 사진첩처럼 내 영혼의 한 켠에 저장되어 있다.
읽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멋진일이다.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꽤 괜찮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언젠가 유명연예인이 유투브 방송을 통해 무엇이 부끄러운지 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을 전했다. 무엇이 부끄러운 지 아는 것. 나는 문학을 읽을 때마다 부끄러움을 배운다. 오늘 하루 내가 타인의 고통을 쉬이 평가하지 않았을까. 공감한다고 말하면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내가 무엇을 쉽게 단정하지 않았을까. 오후 4시가 넘어 서서히 산 그림자가 아파트의 마당에 검은 그림을 드리울 때, 깜깜한 밤 집의 이불에 누울때 오늘 부끄러움이 없었는가. 한번 생각해본다.
사람은 태어나 죽을때까지, 자신을 온전한 존재라고 얼마나 느끼고 살아갈까. 늘 괴롭고 아프고 미워하고 미움 받고,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우리는 늘 괴롭지 않은가. 나는 늘 그런 화두를 갖고 문학을 읽는다.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괴로움을 내려놓기 위해서.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독서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다시 시작해보자.
최초의 독서를, 처음의 마음으로.
오늘 밤 당신의 마음을 읽는 하나의 작품을 꼭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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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작은도서관, 문학을 읽다: https://blog.naver.com/kidsmalllib/224234080008
3월 지금 읽고 있는 책: https://blog.naver.com/kidsmalllib/224234078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