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도서관, 문학을 읽다
왜 이 시대에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안찬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1.
왜 이 시대에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세 가지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과연 어떤 시대인가라는 질문이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이 문학만이 아닐 터인데, 과연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먼저 이런 이야기부터 해보죠. 도서관을 뜻하는 ‘library’와 자유를 뜻하는 ‘liberty’가 모두 라틴어 ‘liber’를 어원으로 하고 있다는 것. 어원사전에는 liberty의 어원 līber는 장모음, ‘자유, 노예와 구속에서 해방된 것’을 의미하고, library의 어원 liber는 단모음, 나무껍질, 책과 서적을 의미하기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도서관(library)과 자유(liberty)는 연관이 없는 것일까요?
근대사회는 우리들 개인이 모두 인권을 지니고 있으며, ‘자유’를 부여받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전제로 국민 주권이 성립하며, 민주주의가 가능합니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시민은 주권을 자신의 뜻에 따라 행사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은 읽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근대적 개인의 역사적 출현은 인쇄 출판의 발달과 함께 즉 ‘책읽기’와 함께한 것이며, 근대적 개인은 결국 ‘읽는 사람’(독자)입니다. 자유롭게 읽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개인은 더 이상 자신의 판단을 다른 사람(예를 들어, 자기 말만 한다는 뜻을 지닌 독재자dictator나 현대의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내맡기지 않고 자신의 뜻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책(liber=book)을 자신의 뜻대로 마음대로 선택하여 읽을 수 있는 곳인 도서관(library)의 발전과 근대적 의미의 인권을 뜻하는 자유(liberty)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주권자인 개인의 판단과 성찰을 키워주는 책이라면 모두 ‘문학’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싸르트르(1905~1980)는 『문학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a littérature?, 1948)라고 물었습니다. 싸르트르에 따르면, 작가란 ‘말’을 통해 당대 현실의 모순을 폭로하고 사회 변혁을 이끌어내는 사람입니다. 싸르트르는 문학의 사회적 책임과 참여를 강조하면서, ‘문학’이란 쓰는 사람의 표현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읽는 사람의 능동적인 ‘읽기’를 통해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이런 논의에서 촉발된 참여문학(littérature engagée)이나 문학적 참여(engagement littéraire)에 대한 논쟁이 우리 문학사에서도 한 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그 논의를 다시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문학’이라는 것이 한국십진분류법(KDC) 800대의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자 합니다.
2.
책 생태계 활성화 사업인 ‘책의해’ 사업. 이를 추진하는 작가, 출판, 도서관, 서점, 독서 분야의 민간단체가 중심이 된 ‘책의해추진단’은 2020년부터 생애주기별 책의해 사업을 펼쳤습니다.(2020청소년, 2021고령층, 2022청년, 2023중장년, 2024어린이), 2025년부터는 도서분야별 주제를 정하여 책의 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2025그림책, 2026문학책, 2027역사책, 2028과학책, 2029예술책.)
‘책의해’ 사업은 우리 사회를 ‘책 읽는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한 민관협력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노력의 상징입니다.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협력하여 일반적인 독서 관련 행사, 도서 지원뿐 아니라 법과 제도의 개선, 전국 단위 네트워크 구축, 독자 맞춤형 플랫폼 만들기, 책 생태계의 좌표 파악과 개선을 모색하는 각종 조사연구 및 포럼 등 독서문화 확산 및 새로운 독자 개발을 위한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6문학책의해’는 우리 사회 모든 시민의 즐거운 독서문화 확산을 목표로 합니다. 다양한 생각과 표현을 존중하면서, 시민이 책, 특히 문학과 가까워지도록 돕는 여러 사업을 펼치고자 합니다. 먼저 국내 문학생태계의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왜 문학인가? 왜 문학책인가? 문학의 가치와 의미, 필요성에 대한 작가들의 릴레이 메시지를 통해 끊임없이 책, 책읽기, 출판, 도서관, 서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려 합니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참여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한국학교사서협회를 중심으로 문학책 필사 릴레이가 이어질 것이고, 사서 선생님들의 직무 연수에 책의해 관련 강의와 전시도 이어질 것입니다.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는 전국 각지의 문학관을 연계한 문학기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동시야 놀자!’라는 이름으로 권역별로 초등학교 동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와 소설, 희곡과 에세이, 고전과 동화, 그림책과 청소년문학 등 여러 분야의 작가 북콘서트도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추진단에 참여하는 단체뿐만 아니라 ‘책의해’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는 기관과 단체의 폭넓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요즘은 어디서나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이야기가 넘칩니다. 현임 정부에서 AI 기술을 활용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AI 3강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고성능 인프라 구축, 법제도 정비, 데이터 활성화, 산업 구조 전환, 인재 양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AI시대’라고 할 만합니다.
이런 시대에 왜 문학인가? 왜 문학책 읽기인가? ‘책의해추진단’은 이런 AI시대에 문학이 단순한 읽을거리, 즐거운 읽을거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시민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문학은 인간 고유의 감성, 실존적 성찰, 깊이 있는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문학이 아니라면, 문학책이 아니라면 자연지능(인간)은 어떻게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겠습니까?
올 한 해 동안, 여러 계기를 통해 거듭 말씀드리게 될 주제이겠습니다만, AI 시대에 문학이 가지는 중요성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인간다움과 공감의 회복. 인공지능은 패턴을 분석하지만, 문학은 인간의 기쁨과 슬픔, 모순과 고통, 복잡한 감정을 다룹니다. 문학은 다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 체험함으로써 인공지능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공감능력을 길러 줍니다.
둘째, 비판적 사고와 성찰. 인공지능 기반의 읽기는 속도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문학은 '깊이읽기'(deep reading)를 통해 성찰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문학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돌아보고 다시 되돌아보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단순한 사실 확인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사실 넘어 ‘진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문학의 능력입니다.
셋째,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 결국 인공지능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능력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여 인류에게 이롭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인간의 인문학적인 소양과 상상력에 달려 있으며 문학은 여기에 크게 기여합니다.
넷째,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 속에서 우리 인간은 스스로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인간 고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가치인가. 문학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바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모색일 것입니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부분은 어린이도서연구회가 펴내는 『동화읽는어른』 2026년 3월호에서도 말씀드린 내용입니다.)
4.
지난 연말부터 올 연초까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 전시회의 주인공은 알도 마누치오(Aldo Manuzio, 1449~1515), 오랫동안 특권층만의 소유였던 책을 대중화하는 길을 개척한 출판인입니다. 당시 ‘르네상스’(다시 태어남) 시대를 열었던 인문주의자들은 ‘원천으로 돌아가자’(ad fontes)고 외치며 고전 문학을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그 탐구 결과를 책으로 엮어내던 알도 마누치오는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도 천천히 서둘러 책을 읽읍시다. 우리도 천천히 서둘러 문학을 읽읍시다.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의 지부별 책 목록은 첨부파일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으며,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네이버 블로그에서 지부별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월 작은도서관, 문학을 읽다: https://blog.naver.com/kidsmalllib/224196763366
2월 지금 읽고 있는 책: https://blog.naver.com/kidsmalllib/2241967624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