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도서관 독서동아리가 읽은 책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을 읽고 책수다
조영아(작은도서관 웃는책)
웃는책에는 오래된 동아리 중 하나인 연필심이 있습니다. 연필심은 한 달에 두 번 수요일 저녁 7시에 합니다. 책 읽고 이야기하는 날과 글을 써오고 합평하는 날이 있습니다. 책 읽고 만나는 시간은 책수다, 글 써오와서 만나는 시간은 글수다입니다. 책수다를 먼저 하고 글수다를 나중에 합니다. 책은 주로 문학을 읽습니다. 책 선정은 주로 동아리원의 추천으로, 책수다를 끝내고 다음 책을 뭐로 할지를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혼자 읽기 쉽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책이 주를 이룹니다. 상 받은 책(부커상, 노벨문학상, 휴고상, 퓰리처상 등), 500p에 달하는 책, 어려운 SF, 고전, 젊은 작가의 책 등 다양한 책을 읽습니다. 중요한 것은 동아리원이 같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2025년에 연필심에서 읽은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1월 | 2월 | 3월 | 4월 | 5월 | 6월 | 8월 | 9월 |
| 철도원 삼대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모순 | 달과 6펜스 | 그레이스 | 천개의 파랑 | 숨 | 너무 시끄러운 고독 |
| 황석영 | 김기태 | 양귀자 | 서머싯 몸 | 마거릿 애트우드 | 천선란 | 테드 창 | 보후밀흐라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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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수요일 7시 『환상의 빛』으로 책수다를 했습니다. 이날은 책 읽기 외에 미션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 영화를 보고 오는 것입니다. 웃는책 영화 상영의 날에 [괴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인물의 감정이 섬세하고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있고 잔잔하지만, 큰 감동이 밀려오는 작품입니다. 이후 히로카즈 감독의 팬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환상의 빛』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영화, 드라마로 제작된 책을 볼 경우 영상도 함께 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좀 더 풍성한 책수다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는 것은 각자의 선택입니다. 이번에는 책의 분량이 짧아 대부분 영화를 보고 와, 책과 영화를 비교하고 분석하며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환상의 빛』은 4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는 169p이며 표제작인 환상의 빛은 82p입니다. 바다출판사에서 2014년에 발행했고, 표제작인 환상의 빛은 일본에서 1979년 발표된 소설입니다. 작가인 미야모토 테루는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입니다. 순문학은 20세기 전반까지 대중소설과 엄격히 구분된, 예술성과 문학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학 장르를 말합니다. 저는 일본 순문학이 허무적이고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필심 덕분에 오랜만에 일본 소설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는 잘 읽지 않는 책을 읽게 되는 것이 동아리의 최대 장점 중 하나입니다.
연필심에서는 표제작 환상의 빛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설 속 배경이 7,80년대 일본의 작은 마을입니다. 짧은 줄거리를 적어 보자면, 3개월 된 아기가 있는 주인공의 남편이 어느 날 철로를 걷다 전차에 치입니다. 그리고 3년 후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사는 부인이 병으로 죽고 딸이 있는 10살 차이 나는 남자와 재혼합니다. 주인공은 일상을 지내면서도 죽어버린 남편에게 열심히 말을 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남편과의 첫 만남부터 과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생의 결혼식을 보러 고향을 찾아갔을 때 전남편의 죽은 당일 이상한 행보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남편이 자살한 이유 즉 ‘왜’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후반에 주인공이 현재 남편에게 죽어버린 전남편이 왜 그랬을까 물어봅니다. “사람은 혼이 빠져나가면 죽고 싶어지는 법이야”라고 말합니다. 영화는 같은 표제가 보여주듯 책의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감독이 새롭게 표현한 부분은 마지막입니다. 주인공이 장례식 행렬을 따라 바닷가로 갑니다. 주인공을 찾으러 온 남편에게 책에서와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남편이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고 말합니다.

바다는 바람이 불어야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잔잔합니다. 책에서 바람,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문장이 섬세하고 아름답습니다. 영화도 잊히지 않습니다. 바닷가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도 인상적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으면 영화에서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에 대해 말한다고 느꼈습니다. 주인공이 더 이상 ‘왜’를 묻지 않고 각자의 삶이 다르듯 죽음도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전남편은 왜 자살했을까, 환상의 빛은 무엇일까, 혼은 있을까, 감독은 왜 장례식 행렬 장면을 넣었을까 등 많은 의문과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언제나 책수다 시간은 휙 지나갑니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합니다. 책수다를 하며 늘 느끼는 것은 혼자 읽고 끝내면 나의 경험에서 오는 사유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동아리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책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며 조금씩 글 쓰는 힘도 생깁니다. 책수다에서 끝나지 않고 글수다로 이어진 책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10월의 책 『환상의 빛』도 잘 기억해 보겠습니다.
<글에 소개된 책>
환상의 빛/미야모토 테루/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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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네이버 블로그에서 지부별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0월 우리 도서관 독서동아리가 읽은 책: https://blog.naver.com/kidsmalllib/224057426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