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서관 독서동아리가 읽은 책
나는 왜 이렇게 많은 독서동아리를 운영했나?
김연희 (전 호수공원작은도서관 부관장)
호수공원작은도서관은 동아리 맛집이었다. 코로나 시기에도 3개 동아리가 온라인에서 활동했다. 정기적인 모임으로 강제된 물리적 거리감을 해소시켰으리라 짐작한다. 코로나를 견뎌내는 사람들의 엇비슷한 갈망을 모아 2022년 1월에 온라인 독서동아리를 하나 더 만들었다. 책을 읽고 나누고픈 한사람, 못 이기는 척 같이 할 몇 사람, 이사와서 처음 도서관을 찾은 한사람까지 6명이 모인 월 1회 독서모임은 4년째 온라인과 대면모임을 병행한다.
이들 토요북토크가 즐기며 아껴 나눈 책엔 ‘단편소설’이 많다. 짧은 분량으로 주제를 다루기에 단편소설은 쉽지 않았다. 뭔가 있을 거 같지만 애매모호한 단편을 곱씹고 나누는 시간은 원석을 다듬어 광을 내는 것 같았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나눈 2023년 대면모임은 오전에 시작, 점심을 먹고 4시 즈음 마무리했었다. 어스름하던 단편들 하나하나가 명료하고 풍성해지던 기억이 선명하다.
‘엄청난 사건이 아니어도 어떤 일들은 한 사람을 이전의 존재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것이 즐거운 일이라면 좋겠지만 괴로운 일이더라도 우리는 삶에서 한 번쯤은 그런 순간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이런 순간들을 이해하거나 연민의 마음으로 공감하는 과정....’ (임**님 후기)
2022년 봄에 꾸린 드로잉동아리는 많은 인원이 모여 순조롭게 시작하는 듯했지만 참석률은 저조했고 활동은 지지부진해졌다. 같은 해 여름, 북스타트 교육에서 의례히 추천하는 그림책 동아리를 강의를 들은 이용자가 요구했다. ‘1명은 더 데려올 수 있어요.’ 사서까지 모두 4명이 시작한 그림책동아리는 내실 있게 굴러갔다.
같은 해 시작한 3개 동아리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사서로서 도서관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독서활동을 위한 동아리는 어떤 것인지, 초보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될 때까지 지난한 과정을 꺼리고 있는 건 아닌지 등등. 도서관이 사람과 책과 공간으로 이루어졌다면 세 부분을 ‘함께’라는 말로 연결해 보았다. 작은도서관이라면 더욱더 책을 읽고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공간이어야 할 거 같았다, 그래서 ‘함께 읽기’를 되뇌었다. 책을 통한 기쁨은 함께 나눌 때 더 커지고, 이를 통한 타인과의 관계는 신선한 경험이 되며, 여기서 책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긍정적 매개가 되리라는 행복한 상상이었다.
하지만 책을 나누는 과정은 낯설고 부끄럽고 한편 귀찮을 수 있다. 과감함, 용기 이런 것도 조금 필요하니 시작이 어려운 게 아닐까. 처음엔 편안하게 윤독모임이 좋을 거 같았다. 같은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자주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아리가 될 거 같았다.
윤독모집 홍보에는 사람이나 동아리가 아닌 책을 내세웠다. 이용자들에게 독서의 감동보다는 부담감이나 짐으로 남아 있는 책, 명사 추천으로 구입했으나 내가 읽기엔 어려운 책, 너무 두꺼워 자리만 차지하는 책-그런 책의 먼지를 닦아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 벅차지 않을까.2023년 2월 벽돌책 읽기 시즌 1 <총 균 쇠>는 첫모임에 4명이 참석했다. <총 균 쇠>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책이다. 작가가 말하듯이 써서 잘 읽힌다는 건 그 작가의 말투에 익숙해진 다음이다. 처음엔 장황했다. 함께 읽으며 책 읽기 힘들 때 나오는 푸념에 ‘나만 헤맨 게 아니’라는 동병상련이 위로가 되었다. 책의 반을 넘길 즈음엔 저자가 계속 되풀이해서 이야기해주니 주제가 점점 선명해지고 이해가 된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7월에 마무리한 <총 균 쇠>는 불평등한 세계에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학문들의 융합된 시각에서 명쾌한 답을 찾는다. 인류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만은 읽어보자’며 일명 시즌 형식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한 윤독모임에선 상상한 대로 벽돌책 깨기의 뿌듯함과 서로 토닥이고 끝까지 함께한 구성원들 사이 믿음이 자랐다. 쉼 없이 다음 벽돌 <코스모스>를 골랐다. 첫 번째 윤독모임은 작은도서관 일곱 번째 동아리 ‘책잇수다’로 자리매김하며 ‘함께 읽기’의 장점을 주변에 전했다.
25강의 논어·맹자 강의가 끝났을 때는 스물다섯 번 만난 사람들 가운데 자연스럽게 ‘맹자 다시 읽기’ 동아리가 형성되었고, 옛이야기 동아리를 시도하기 위해 옛이야기 강좌 2강을 먼저 진행하기도 하였다. 2023년 하반기부터는 3개의 윤독 동아리가 각기 매주 정해진 요일에 모였다. 이들은 서로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권하여 대출률을 높이거나 희망도서를 신청하는 등 도서관 이용자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매월 개시하는 일정표가 9개의 동아리가 채워지며 또 다른 기대감도 자랐다. 동아리들이 그들만의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작은도서관에 대한 소속감이나 책임감을 갖기를 바랐다. 적극적인 동아리 홍보와 더불어 운영자와 동아리 사이 적정한 지원을 고민했다. 동아리들이 강의, 전시 등 다양한 도서관 행사의 주축이 되도록 했다. 활동인원 중심으로 정리한 드로잉동아리에게 연 2회 이상 주제를 정하고 각자의 작품을 모은 작은전시회를 부탁했다. 그림책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할 때는 그림책 동아리에서 미리 작가의 책을 읽고 질문지를 준비하는 등, 동아리가 같이 준비하여 행사를 진행했다. 사서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고, 동아리에게는 작은 부담이었기를, 그리고 달콤한 성취감도 맛보았기를 바란다. 이렇게 거의 모든 행사를 기획할 때 어떻게든 동아리와의 연관성을 찾아 크든 작든 도움을 받으려했다.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지고 관련 문의도 많아진 데는 시기가 맞은 것도 있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닿은 점이다. 동아리에 50~60대가 많았고 그분들의 경험에서 나온 권유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온오프라인 홍보도 열심히 했지만 지인들의 입소문을 믿고 들어온 분들이 꾸준히 활동했다. 도서관 폐관이 예고된 시기에 옛이야기에 합류했던 한분은 퇴직 후 의미 있는 독서모임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이 자신에겐 ‘선물’ 같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이 글을 쓰는 내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마음 한편에 있었다. 책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급조된 문학회 회원이 되고 그로 인해 엄혹한 전쟁 시기를 견뎌낸 이야기. 동아리는 일상의 틈새에서 한숨 돌리는 시간이다. 하물며 책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함께 읽기’ 동아리라는 판을 마련했으니 신나게 책과 즐길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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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우리 도서관 독서동아리가 읽은 책: https://blog.naver.com/kidsmalllib/223771836517
2월 지금 읽고 있는 책: https://blog.naver.com/kidsmalllib/223771836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