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서관 어린이들이 뽑은 2024년 최고의 책
우리 도서관 어린이들이 뽑은 2024년 최고의 책
안정심(작은도서관 웃는책 활동가)
20여년 가까이 청년들을 만나는 일을 했다. 하던 일을 그만둘 즈음에, 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을 찾았다. 마침 그때 도서관의 북스타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러 간 첫날, 5살 아이를 앞에 두고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뭐지? 하면서 나를 빤히 바라보던 맑은 눈동자 앞에서 까마득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언어와 문자로 소통하는 어른들의 세계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엄마로서 두 아이를 양육했어도, 어린이라는 세계는 무한히 낯설었다. 아마 그때부터 어린이라는 세계를 곁눈질 했던 듯하다. 그들을 통해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두 아이의 마음을 짐작하기도 했다. 이제 나는 시간을 넘어서 우리가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도서관에 간다.
작은도서관 웃는책에는 초등 고학년과 어른들이 함께 참여하는 온라인 동화낭독 동아리가 있다. 매주 금요일 네다섯 명이 모인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좋다. 솔직한 표정에 마음이 설렌다. 처음에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어색해 더듬거리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호흡뿐 아니라 인물의 감정까지 실어서 읽는다. 그 변화를 보면서 계속할 힘을 얻는다.
그동안 우리가 함께 읽은 책은 <샬롯의 거미줄>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에밀과 탐정> <사자왕 형제의 모험> 등의 어린이 고전부터 <빨강연필> <수상한 편의점> <5번 레인> <순재와 키완> <시간의 책장> 같은 우리나라 동화까지 다양하다.
2024년에 읽었던 책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책은 <순재와 키완>이다. 부제가 ‘두 아이가 만난 괴물에 대한 기록’ 이라고 되어 있다. 두 아이는 누구이고, 괴물은 뭐지? 하는 질문을 품고 읽기 시작했다.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모양으로 나를 찾아왔다. 내 오랜 친구의 손을 붙잡고 우리 집 문지방을 넘은 것이다.”(9쪽) 라는 부분에서는 비밀을 푸는 단서라도 찾으려고 눈을 반짝였다. 아홉 살 순재가 사는 곳에 키완이 이사를 오고, 둘은 금방 친해진다. 특히 또 다른 아이 필립이 자신을 항상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순재가 키완과 함께 필립을 감시하면서 더욱 친해진다. 그러나 순재가 어느 순간 키완을 피하자 필립이 순재에게 비밀을 말한다. 자신은 로봇으로, 9살에 죽은 순재를 구하려고 키완이 미래에서 보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이야기의 갈피를 잡기가 어렸다고 했다. 읽으면서 친구를 구하려 평생 로봇 연구를 한 키완의 마음에 감동했고, 로봇인 필립에게도 감정이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괴물의 정체, 어느 시대로 시간여행을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시 책을 꼼꼼하게 봐야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순재와 키완> 만큼이나 아이들이 좋아했던 책이 <시간의 책장>이다. 열한 살 소년 이산이 스물다섯 정조를 만나는 내용이다. 이산은 매일 밤 뒤주에 갇혀 돌아가신 아버지의 꿈을 꾼다. 살고 싶지 않은 두려운 마음을 일기장에 쓴다. 그런 어느 날 정조가 산 앞에 나타난다. 책장에 꽂아 둔 오래전 일기를 꺼내 책장에 기대어 읽는데 밀리듯 과거의 시간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스물다섯의 나, 그렇게 시공을 넘어서 어린 나와 어른인 나가 서로를 돕는다.
특히 산과 정조가 책장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은 내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려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장 속에는 너와 나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 “시간이 흐른다고?” “음 시간이 흐르는 책장, 너는 여기서 책을 통해 수백 년 전 사람들과 대화하잖아. 때로는 수천 년 전 사람들과도. 그 대화하는 힘으로 오늘 너는 조금 더 자라고 자라서 내가 된 거지. 나도 이 책장을 마주 보며 자라고 자라서 나의 미래가 될 거야.”(76쪽)
뜻밖의 일들이 너무 많았던 2024년 12월,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질문 “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현실에서 보았다. 시공을 넘어서 우리가 서로 도울 수 있고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 내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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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네이버 포스트에서 지부별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2월 우리 도서관 어린이들이 뽑은 2024년 최고의 책: https://naver.me/IFgdClV5
12월 지금 읽고 있는 책: https://naver.me/G4WoV1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