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서관 어린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
우리 도서관 어린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
채정숙(어린이서비스위원회 위원/대조꿈나무어린이도서관)
누군가 온전히 날 위해 책을 읽어주었던 경험은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으로 책읽어주기를 시작한 곳은 학교 도서관이다. 10명이 넘는 친구들과 첫 만남을 시작으로 한 학기 책읽기를 하였다. 책읽어주기를 하면 그때 만났던 친구가 떠오른다. 책에 관심이 없고 주변을 소란스럽게 하던 친구가 어느 날 책 앞으로 다가와서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던 아이. 그 이후는 책 앞으로 오는 횟수는 점점 많아졌다. 아이들은 집중하지 않는 듯하지만 듣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책의 세계로 들어온다. 책읽어주기의 힘이다.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이다.
하지만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어느 순간 책과 함께 아이들을 만나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도서관에 방문하는 아이들과 잠깐씩 이야기 나누거나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소개해 주는 정도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 대부분은 업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원하든 원하지 않던 아이들과 대면하는 시간은 자꾸 줄어들고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없으니 도서관 활동이 재미가 없다. 또 한편으로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도 너무 바빠져서 도서관에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다. 매년 바빠지는 아이들. ‘이제 도서관 못 와요’ 하는 초등학생 친구들이 많아졌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이 없는 것을 아이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토요일 오면 되지~’ 하면 ‘토요일은 놀아야 해요’한다. 맞는 말이다. 아이들도 놀아야 한다. 그럼 나도 한마디 한다 ‘도서관에 와서 놀면 되지!’ 그럼 웃고 만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도서관이라 곳은 놀이터가 되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재미없는 곳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으로 아이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그것은 역시 책읽어주기다. 읽어주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가 즐거운 일이다.
도서관에서 어린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첫 번째 책 <오늘부터 배프! 베프!> (지안 글, 김성라 그림, 문학동네)
이 책은 2023년에 만났다. 독서모임에서 읽게 되었는데 서진이의 씩씩함에 끌리고 누군가에게는 우울한 이야기지만 전혀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그 후 작은도서관 몇 곳이 함께 한책읽기 책으로 선정하여 더 많은 친구와 함께할 수 있었다. 작은도서관 특성상 한책읽기 책을 여러 권 살 수는 있는 예산은 없어 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도록 진행하였는데 지안 작가님께서 카페 글을 보시고 책을 10권 후원해 주셔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2024년 잠시 잊고 있었던 서진이를 다시 만났다. 책을 읽었던 친구의 메모도 함께 발견했다. ‘너무 재미있고 멋져요! 저도 저런 친구가 있어요.~’
‘멋져요’라는 단어가 얼마나 멋지게 들렸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친구를 생각하면서 ‘멋져요’를 외쳐본 적이 있었나 잠시 생각하게 하였다. 책 속 주인공 서진, 유림, 소리는 정말 멋진 친구들이다. 책 제목처럼 밥 먹는 친구 배프에서 진정한 친구 베프가 되어 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당당하다. 세친구의 다양한 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들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할 것이다.
제2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어린이의 마음이 정확히 표현된 동화는 그 어떤 문학작품보다 세상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라는 심사평처럼 어른의 시선과 판단이 개입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교실 뒤에 있는 시계를 봤다. 수업이 끝나려면 아직 5분이나 남았다. 참으려고 했지만, 혓바닥이 간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유림이만 들을 수 있게 귓속말했다....’로 시시작하는 이야기를 누군가의 목소리로 듣는다면 재미가 두 배가 될 것이다.
어린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두 번째 책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 글, 오현경그림)
민들레는 봄이 되면 초록색 새싹이 돋아나고 노란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씨가 맺혀 바람에 날려 어딘가에 떨어진다. 그리고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에 우리를 만나러 오는 민들레는 여느 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와 만나는 장소는 참 다양하다. 보도블록 사이에서, 아주 조금의 흙이 있는 벽에서도,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길에서도 쉽게 본다. 그래서 그만큼 관심이 없는 꽃이기도 하다. 노란 꽃이 핀 후에야 민들레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누군가 민들레 대신 이름을 넣어 읽어주었는데 10번을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졌던 책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도 하면서 같은 의미있는 존재이다. 한곳을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접고 아이들에게 얼마나 다양한 길이 있는지,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차리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모두 반짝이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어린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 세 번째는 <토끼 행성 은하 늑대> (심보영/사계절)
토끼와 늑대 그냥 생각해도 너무 다른 두 동물. 책 속 토끼와 늑대도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친구다. 늑대의 안테나 꽃이 토끼 행성에 데려다주어 두 동물은 딱 마주치는데 서로가 서로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면서 오해는 점점 커진다. 어쩌면 아주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었는데 서로의 마음을 모르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강력한 형광색으로 그려진 주인공을 양쪽 페이지에 등장시키면서 긴장감을 높인다. 주고받는 이야기 형식과 그림과 글의 조화가 더욱더 재미를 높인다. 아마도 그림에 푹 빠져 마지막 장을 넘기고 아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변화가 생긴다. 첫 단계는 책 욕심이 생긴다.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무조건 산다. 2단계로 넘어가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진다. 3단계는 읽어주고 싶고, 어떻게 보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는 과정은 재미없던 책도 재미있어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책읽어주기는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이야기 자체가 된다. 이야기에 대한 태도, 마음에 따라 듣는 어린이에게 영향을 준다. 우리는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우리의 작은 활동이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아름다운 일이다. 잠시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일을 다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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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우리 도서관 어린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 https://naver.me/xyTyMB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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