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읽어준 책
주고받는 에너지, 책 읽어 주기의 매력
김혜원(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작가)
뼛속까지 문과이지만 F=ma, 힘의 공식을 느끼는 때가 있다. ‘화요일에는 도서관 나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줄 때다. F는 힘, m은 질량, 그리고 a는 가속도를 의미하는데 즐거운 상호작용으로 늘 예상했던 것보다 큰 질량과 높은 가속도가 만나서 놀랍고도 강력한 힘이 생긴다. 그 에너지가 하루하루를 빛나게 만든다.
찰칵! 꼬마 판다와 함께 가족사진을
도서관 활동가로 그림책을 새롭게 접한 지 햇수로 2년째. 어린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고르는 요령은 아직 없다. 천천히 찾아가는 중이다. 방문 예정인 원아들의 나이에 맞춰 오래 검색하고 글과 그림, 전체 내용을 확인한 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까?’ 거듭 생각한다. 어떤 때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책이 주는 첫인상에 약간의 직감을 보탠다. 『숲속 사진관』(이시원 쓰고 그림, 고래뱃속)은 따뜻한 색감의 표지에 이끌려 골랐다. 서점, 세탁소, 편의점…… 제목에 장소가 들어간 인기 도서가 많은 터라 사진관이라는 공간에서 무언가 근사한 일이 펼쳐질 듯한 기대도 한몫했다.
만 2세 아이들을 향해 그림책을 꺼내 들자 눈을 크게 뜨며 흥미를 보였다. 숲속 마을에 문을 연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의 사진관에는 동물들이 줄을 잇는다. 첫 번째 손님으로 엄마, 아빠, 아기로 구성된 사자 가족이 다녀가고 다음으로 고릴라 가족이 등장하는 부분을 읽을 때였다.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빠랑 형이랑 같이 왔어요.” 아, 그제야 비로소 눈치챘다. 뱀 부부처럼 자녀가 없는 가족, 미어캣처럼 식구가 북적거리는 대가족……. 『숲속 사진관』이 다양한 가족 형태를 다룬 그림책이란 걸. 꼬마 판다가 혼자 사진관에 와서 “나도 가족사진 갖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아이들이 “엄마가 없어요.” “언니가 없어요.” “동생도 없어요.”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러고는 “같이 사진 찍어 줄래요!”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꼬마 판다와 기꺼이 가족이 되어 주겠다는 어린이들. 책 읽어 주기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이좋은 이웃, 꼬꼬와 올빼미
만 3~5세 유아 혼합 학급 어린이들에게 읽어 준 『이웃이 생겼어요!』(키시라 마유코 쓰고 다카바타케 준 그림, 류화선 옮김, 키위북스)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고른 책이다. 도서관에서 책 공부를 하면서 좋은 그림책의 요건 가운데 하나가 서사라고 배운 뒤로는 행동(movement), 시간(time), 의미(meaning)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사건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부분은 빨간 지붕 집에 사는 꼬꼬가 파란 지붕 집에 새로 이사 온 이웃을 마주하는 장면이다. 여러 날 동안 기다리고 찾아가도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이사 왔는지 궁금증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 “괴물이 살지도 몰라요.” “앗, 머리가 보여요. 개구리처럼 생겼어요.” “이번에는 진짜 만날 거 같아요!”……. 반응이 다양했다. 만나기 힘들었던 이웃의 정체는 바로 올빼미였다. “선생님, 올빼미는 생쥐를 잡아먹어야 해서 밤에 일어나야 해요.” 아이들은 꼬꼬와 반대로 해가 지면 일어나서 해가 뜨면 잠을 자는 올빼미의 생태를 잘 알고 있었다. 서로 달라도 충분히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힘을 합해 더 넓은 세상으로
얼마 전, 우리 도서관 책장에서 『으뜸 헤엄이』(레오 리오니 쓰고 그림, 이명희 옮김, 마루벌)를 봤을 때 무척 반가웠다. 스무 살이 훌쩍 넘은 아들이 어릴 때 함께 읽었던 책이기 때문이다. 검색하니 ‘Swimmy’라는 원작 제목의 의미를 살려 『헤엄이』(김난령 옮김, 시공주니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했다고. ‘독자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구나!’ 명작은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수채 물감과 고무 스탬프로 표현한 다양한 바다 생물과 생동감 넘치는 물속 풍경은 도서관에 모인 어린이집 원아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귀를 쫑긋 세우고 홍합 껍데기처럼 새까만 물고기 헤엄이와 작은 빨간 물고기들이 힘을 합하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작은 물고기들은 상쾌한 아침에도, 한낮의 햇살 아래에서도 마음껏 헤엄치며 큰 물고기들을 쫓아 버렸단다.’ 협력과 연대의 과정을 거쳐서 다다른 결말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힘을 합해 본 적 있어요?”라고 물으니 골똘히 생각하는 아이들. 그때 한 친구가 “시소를 탔어요!”라고 대답했다. 시소 타기는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짝을 지어 같이 놀면 더 즐거운 놀이.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 이제 다시 책을 고를 시간.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들과 독서의 힘을 마주할 생각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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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우리 도서관 청소년이 읽는 책: https://naver.me/5r9MKQC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