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5월 [내가 어린이라면 이 책을 최고의 책이라 하고 싶다]


내가 어린이라면 이 책을 최고의 책이라 하고 싶다


최고의 책


김수민(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간사)



책을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면서도 어린이들보다 책을 읽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분명 어린이였을 때는 다독상은 맡겨둔 상이었고, 책벌레라는 별명도 당연했는데 지금은 시간을 내고 마음을 먹어야지만 책을 펼치는 어른이 나라니. 이래서 어쩌면 #무슨책읽어 의 5월 주제가 나에겐 더 쉽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른인 지금의 내가 추천하는 책보다는 어린이였던 내가 추천하는 책이 진정한 최고의 책이 아닐까... 역시 잘 맞는 주제라고 생각하며 책 읽는 어린이였던 나를 떠올려본다.




지하철을 타고서’를 읽고 울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 대부분 작은도서관 책놀이터가 배경이다. 7살 무렵부터 다녔던 책놀이터는 (어른 기준) 집에서 20분이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어린이가 혼자 걷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운 거리. 책놀이터에 막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엄마와 함께 걸어도 다니고, 마을버스도 타고 다녔지만 곧 혼자서 마을버스를 타고 오고 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도 코앞으로 걸어 다니던 나에게 마을버스를 타고 옆 동네를 다니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마을버스를 곧잘 타고 다니곤 했는데,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날들이 있다. 예를 들면 엄마 없이 동생을 데리고 책놀이터에 가는 날. 네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 나는 동생과 함께 책놀이터에 가곤 했는데 엄마 없이 유치원생 동생을 데리고 다니는 일은 무척이나 긴장됐다. 어린 시절의 동생은 멈추지 않고 직진만 하고, 계속해서 달리고, 궁금한 게 무척 많았다. 잠시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혼자 우다다 뛰어가고 통제는커녕 꼭 붙들고 있어야 해 저학년이던 나에게는 벅찬 일이었다. 이런 동생을 데리고 책놀이터에 가는 일은 처음으로 혼자 마을버스를 타던 날보다 더 기억에 남는 날이었던 것 같다. 동생과 함께 가는 길은 혼자 가는 것에 비해 몇 배는 힘들고 몇 배는 오래 걸려 가던 길이었다. 그러던 중에 책놀이터에서 「지하철을 타고서」 (글 고대영. 그림 김영진. 길벗어린이)를 읽었을 때는 누군가 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 줄 알았다. 병관이를 데리고 할머니 댁에 가는 지원이의 모습은 동생을 데리고 책놀이터에 가는 내 모습과 정말 똑같았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관장님에게 들은 바로는 후에 책놀이터에서 글쓰기 활동을 하던 때인지, 이야기를 하던 때인지 「지하철을 타고서」를 보고 내가 울면서 글을 썼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는데 그때는 얼마나 서러웠으면 울었나 싶기도 해 기억이 자세히 나지 않는게 아쉬울 정도다. 아직도 「지하철을 타고서」를 읽으면 동생과 함께 책놀이터에 가던, 마을버스에서 어린이 요금도 내지 않을 정도로 어리던 동생을 바짝 긴장하며 지켜보는 내가 떠오른다. 지원이와 병관이가 아닌 수민이와 ㅇㅇ이의 이야기로 보였던 지하철을 타고서가 단연 내 모든 어린 시절의 책들 중 최고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읽고 TV를 보다.

요즘의 어린이라면 TV를 보는 것보다는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을 훨씬 좋아하지 않을까 싶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TV가 최고였다. 나와 동생은 그 시절의 어린이답게 TV 보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우리 집에는 TV를 시청하기 위한 규칙이 있었다. TV를 보기 전에 동생에게 책을 5권~7권을 읽어주는 것. 규칙이 처음 생겼을 때는 서로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다양하게 읽었으나 곧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잔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글이 적고 짧은 책들을 골랐는데,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바로 「시리동동 거미동동(제주도꼬리따기노래」 (저자 권윤덕. 창비) 이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나와 동생은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다음 장 글을 말하고 있기도 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책을 펼치지도 않고 소리내서 말하기만 한 후에 바로 다음 책으로 바로 넘어간 적도 있었다. 매일같이 보던 책이라 도서관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 속 주인공으로 활동을 할 때는 시리동동 거미동동의 주인공을 자주 그렸던 기억이 난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은 동생과 나의 TV 시간을 책임져주던 최고의 책이다. 동생에게 책을 읽어줘야 TV를 볼 수 있는 어린이, 책 읽어주기를 막 시작한 어린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다시 읽기를 시작하면서 ‘프로젝트 헤일메리’

이런 어린이였던 내가 벌써 자라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사실은 읽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지금은 잊어버린, 어린이였던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되짚어보면서 책 읽기에 시동을 걸려고 한다. 어린이들처럼 끊임없이 읽으며, 책을 즐기던 어린이였던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는 유쾌하고 통통 튀어 가볍게 손이 가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저자 앤디 위어. 옮긴이 강동혁. 알에이치코리아)를 추천한다. 어른이 된 후에는 어린 시절처럼 아무 책이나 막 펼쳐 읽거나, 잡히는 대로 읽는 일이 사라졌다.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변명과 함께 이것저것 재고 따지며 책을 고르게 됐다. 이렇게 고민하고 책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시간을 다 합치면 이미 두세권을 읽고도 남았을텐데. 지금 내게 제일 필요한 것은 어린이처럼 책을 읽을 마음이다. 그러려면 역시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시 열심히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마음이 드는 책이 시작으로 좋지 않을까.

다가오는 여름에는 아이처럼 주저 없이, 지금 당장 책을 펼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추천한다.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의 지부별 책 목록은 첨부파일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으며,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네이버 포스트에서 지부별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월 내가 어린이라면 이 책을 최고의 책이라 하고 싶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7871913&memberNo=48951781

5월 지금 읽고 있는 책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7871912&memberNo=4895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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