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12월 [2023년 내 마음에 남은 책]


2023년 내 마음에 남은 책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초롱이네도서관 관장 오혜자



각자 ‘몸’ 안녕하십니까

무사히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한 살씩 더 먹으면서 점점 연말이 되면 고개가 수그러듭니다. 이즈음 건네는 ‘덕분입니다’나 ‘감사했습니다’라는 말들이 형식적인 것 만은 아닌가 봅니다. 바쁜 와중에도 책을 좀 볼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 청소년, 청년, 양육자, 어르신 등 다양한 세대에 책을 추천하는 단체나 지인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려 한 거지요. 아무 책이나 추천할 수 없어 한 권씩 책을 다시 들추고 신간도 뒤지다 보니 머리가 기름칠이 좀 되는 듯 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나를 위해 읽은 양은 그야말로 쥐오줌 만큼 밖에 안됩니다. 마음의 곳간에 양식이 간당간당합니다.


몸이 기억하는 것

저희 청주지역에는 ‘온몸’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ONMOM’이라고도 합니다. 몸 전체이거나 깨어있는 몸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단체는 춤 전문 공연단체인데 시민예술교육으로 제안한 프로그램이 ‘몸의 기억’입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타기는 오래 손을 놓고 있었어도 다시 자전거를 잡으면 비틀거리다 균형을 잡습니다. 얼마 전에 연필을 깎았는데 한참 만에 칼을 잡았는데도 쉭쉭 잘 깎였습니다. 이렇게 몸속 어딘가에 숨겨진 능력들이 한두개가 아닐텐데 다 잊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실제 몸에 새긴 이야기가 있습니다. 몸에 새긴 문신이나 타투로 사랑의 맹세나 새로운 결심들을 남겨 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원치 않거나 뜻하지 않게 생긴 흉터도 있습니다. 제 바로 위 언니는 어린아이였을 때 끓는 주전자를 들다가 물을 발등에 흘렸습니다. 얼마나 놀라고 아팠을까요. 이후에 어른들은 언니가 소리도 지르지 않고 꾹 참으며 눈물만 뚝뚝 흘렸다고 대견하다 했습니다. 지금 언니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때부터 아프다고 소리지르고 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방문한 ‘온몸’ 공간에서 사람들이 자기 몸의 흉터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감추려 해왔던 흉터들은 평생 안고 가는 짐이기도 합니다.


주름은 어쩌다 생겼나요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기억나는 책으로 꼽은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의 주요 모티프는 주름입니다.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얼굴에 있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아프지 않냐고도 묻습니다. 다쳐서 생긴 흉터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주름이 흉터보다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여기기 쉬우나 이상하게 꼬이고 파인 주름은 기괴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할아버지의 주름을 손끝을 살살 만져봅니다. 제가 다 간질간질 합니다.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는 세상 풍파를 겪은 흔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할아버지의 주름을 만집니다. 주름을 느낍니다. 주름에게 말을 겁니다.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슬픔을 겪고 나서 생긴 주름과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면서 생긴 주름에 대해 보여주고 설명해줍니다. 아이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겠지만 할아버지의 주름으로 기억들의 실체에 조금 다가갑니다. 자신도 그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자신의 주름을 갖고 있었지요. 아이는 도화지를 펼쳐 선을 그려봅니다. 선들에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몸의 주름은 스스로 그린 무늬

인근 학부모독서동아리 한 팀과 이 책을 같이 읽고 비경쟁토론을 해 보았습니다. 이야기에 감동받으며 아이와도 같이 읽어야겠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대화는 금방 주름이 자꾸 늘어난다, 사리도 생기는 것 같다, 나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말을 여기서 하니 속이 시원하다는 현실상황으로 연결됩니다. 주름 이야기는 어지럽게 선을 긋다가 주름이 깊어지지 않도록 그때그때 털고 가자는 걸로 유쾌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주름은 인생의 후반부에 우리 몸에서 실체를 드러냅니다. 자각의 시간도 그제서야 갖게 되지요. 주름을 앞에 두고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눈가에 주름이 생길까 봐 웃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좀 과하다 싶고 주름이 생기는 족족 펴는 기술을 쓰는 것도 적응이 잘 안됩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몸에 조금씩 생겨난 주름을 아이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 삶의 이야기를 담은 이마와 입가에 생긴 주름들을 따뜻하게 봐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주름은 아프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나의 이야기’인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덧붙여 그동안 소홀히 대한 내 몸의 뼈들과 근육들도 고생이 많았습니다. 각별히 보살펴야할 위장도 대충 살폈던 것을 반성합니다. 앞으로 불편해질 몸의 여러부분들에 못마땅한 시선을 주지 않겠습니다.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다비드 그로스만 글 | 안나 파시니 그림 |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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