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11월 [어덕행덕!]


어덕행덕!


누구나 취향은 있다


예다움작은도서관 관장 백정희



나는 작고 예쁜 소품을 좋아한다.

나는 마음을 흔드는 발라드 노래가 좋다.

나는 여러명의 사람과 어울리는 것보다 한 명 또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운동을 직접하기 보다 경기를 보는 것이 좋다.

나는 도시의 활력보다 시골의 고요함이 좋다.

나는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한다.

나는 책을 통해 만들어진 관계가 좋다.


우리는 요즘 취향의 시대에 살고 있다. 취향이 문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취향(趣向)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나 그런 경향을 말한다. 취향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취향에는 감정이 들어가 있다. 가끔 너무 좋은 (순전히 개인적인) 노래를 듣게 되면 하루 종일 무한 반복해서 듣곤 한다. 그 노래와 나의 감정이 맞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알기란 쉬울까?


“취향이 가난했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가난했다. 반짝이는 것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취향’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지 몰랐고, 그것들을 드러내는 방법에도 어리숙했던 것이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분야라고 해서 나 역시 좋아해야 할 필요가 없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취향의 기쁨 (권예술|필름) p15


나도 마음이 가난했다. 한때 무색무취한 사람이라고 나를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내가 갖고 있는 것에 스스로 관심이 없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지금이야 나도 반짝이는 것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취향’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들이 생긴 것이다. 더불어 이 글을 읽으며 과하지 않지만 사소한 취향도 한 사람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아야 함을 알게 된다. 나와 취향이 다르다고 경계를 짓는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 같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의 하나로 취향을 들여다보며 에너지를 쌓아가는 연습도 필요하다.



나는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이지원 옮김|비룡소)를 펼치고 한 페이지씩 천천히 들여다봤다. 내 취향을 넘어선 내용이 더해져 뭉클했다. 할머니의 인생을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다양한 레이스와 손수건, 수놓은 린넨, 그리고 집에서 쓰던 천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책이다. 나도 작은 것들을 모으기를 좋아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모아둔 것들로 기억하는 과정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작가는 폴란드의 작은 방직 도시 ‘우츠’ 근처의 그워브노에서 재봉 용품 가게를 하던 할머니의 유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의 선조들과 방직 공장에서 일하던 작가의 할머니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의 삶을 직물과 사진, 일러스트를 결합에 표현했다. 가끔 취향이 가져다 준 감동이 있어 좋다.

요즘은 취향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MBTI도 다양한 취향을 캐묻는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너무 취향이 드러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넷플릭스 같은 OTT 채널에는 내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알려주기도 하니 말이다. 그럴 때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내 취향이 뭔지 어찌 알고.’

취향은 일상의 범주에서 이야기되는 것이므로 좋은 수단으로 쓰여야 한다. 취향에 우열을 두지 않고 관심사에 집중하며, 자신의 취향을 당당히 이야기하면 좋겠다.



나의 구석(조오 그림책|웅진주니어)의 까마귀는 텅 빈 구석에 우울한 모습으로 끼어 있다. 그러다 취향대로 구석을 변화시킨다. 침대와 책, 화분을 놓게 되고 “안녕?” 인사를 나눈다. 생명을 향한 끌림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벽에 세상에서 들어오는 빛을 그리고, 음악도 틀어준다. 그래도 허전한 까마귀는 벽에 창문을 뚫는다. 구석에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가 열린다. 그리고 관계가 기대되는 장면으로 끝난다. 맘껏 마음이 향하는 대로 나의 구석을 꾸민 까마귀는 창문을 통해 닫혀있지만 열린 곳으로 향하고 있다.

취향은 나를 회복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힘들었던 호흡을 잠시 고르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하는.

누구에게나 취향이 가득 차 있는 구석이 있기를 바래본다.



취향을 더 깊게 들여다 볼 책도 함께 소개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거야_그것이 덜질의 즐거움 (정지혜 글|애슝 그림|휴머니스트 2020)


취향-만들어진 끌림 (심귀연 글|은행나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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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어덕행덕!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6955890&memberNo=48951781

11월 지금 읽고 있는 책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6955883&memberNo=48951781&navigationType=p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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