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6월, 음식. #냠냠 #YUMMY


마음을 위로하는 음식이야기


경기 모당공원작은도서관 관장

김정희






기억 속의 음식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밋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궝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백석 시 <국수> 중에서


‘백석의 맛( 소래섭지음/프로네시스)’에서는 맛의 시인 ‘백석’을 만날 수 있다.

이 글을 쓴 소래섭 작가는 ‘세상을 외면했던 백석은 세상이 외면했던 맛있는 것들에 집착함으로써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문학적 경지를 일궈냈다. 그의 시는 맛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침이 고인다.’라며 백석의 시 속 담긴 음식의 의미를 찾아내려 했다.

백석의 시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등장한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거하거나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같이 소박하다. 일을 마치고 온 가족들이 둘러앉은 저녁 밥상에 오를 것 같은 평범한 음식들이다. 백석의 시 속 단어들은 평북 사투리라 의미 하나하나를 모두 알기는 쉽지 않지만 소리 내어 읽다 보면 그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백석의 음식에 대한 애정과 시적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음식을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물질로 본다면 결코 느끼지 못할 의미들이 담겨있다. 음식이 인간의 정신적인 허기를 달래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

음식에는 각자의 추억이 담겨있다.

음식 맛 자체의 기억보다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 좋았던 기억, 어릴 적 아이들과 뛰어놀다 배가 고파 집으로 뛰어 들어왔을 때 부엌에서 나던 생선 굽는 냄새, 퇴근길 과자가 든 종이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오시던 아버지의 모습에 추억이 얹히며 음식은 단지 먹거리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맛에 의한 기억은 추억 속 이야기를 환기시키고 자신이 속해있던 총체적 세계를 회복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는 작가의 해석에 공감하게 된다.

나이가 들고 나서 어렸을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음식들을 찾게 되었다. 시래기 넣어 새우젓으로 간을 한 비지찌개며 쑥개떡이나 메밀묵 같은 엄마가 해주신 음식들이다. 밀가루에 날 콩가루를 술술 섞어 반죽하고 커다란 도마에 1미터는 족히 되는 긴 방망이로 밀면 마술처럼 늘어나던 반죽은 지금 생각해도 경이롭기만 하다. 지금도 나의 힐링 푸드는 날콩가루 넣어 반죽한 후 손으로 밀어 양념장 한 숟가락 듬뿍 넣어 먹는 칼국수이다. 사소하지만 소박한 음식에 대한 기억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때로는 추억으로 때로는 마음의 위로로 다가온다….




마음을 채우는 음식

‘말수가 적은 노인들은 말문이 틔었고, 수년간 거의 듣지 못했던 귀가 열렸다. 시간은 영원 속으로 녹아들었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 창문이 황금처럼 빛났고 아름다운 노래가 바깥의 겨울 공기 속으로 흘러나갔다’

[바베트의 만찬/이자크 디네센 글/노에미 비야무사 그림/추미옥 옮김/문학동네] 중에서


영화로 더 많이 알려진 ‘바베트의 만찬’은 음식을 통해 느끼는 놀라운 경험에 대한 책이다.

노르웨이의 한 작은 마을, 무료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프랑스 여인이 만든 요리는 그들의 맛에 대한 허기를 채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흉보고 헐뜯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바베트가 준비한 갖가지 진기한 만찬은 훌륭한 재료와 요리 솜씨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음식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에 대한 반성을, 오랜 세월 묻어두었던 진심을 마주할 용기를 또 누군가에게는 분노에 가득 찬 마음을 너그러움으로 채워주고 마음의 허기를 채워준 치유의 음식이었다.




행복을 주는 음식

두 사람은 산딸기에 설탕을 녹인 다음

양푼에 담아 둔 폭신한 생크림에 붓고

둥굴게 둥굴게 저어요

‘숟가락 핥아 먹을래, 우리딸?

엄마가 말해요

딸은 얼른 숟가락을 핥아요

음,

산딸기 크림봉봉 (에밀리 젠킨스 글/소피 블레콜 그림/길상효 옮김/씨드북) 중에서


‘산딸기 크림봉봉’은 300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영국의 한마을을 거쳐 미국 사람들이 후식으로 즐겨 먹었던 디저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긴 시간을 거치며 달콤함 속에 아픈 역사가 담기고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도구는 달라졌지만 입안 가득 고이는 산딸기 크림봉봉의 달콤함은 이어진다. 친구들이 저녁 식탁에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풍경 보면 마음 따뜻해지는 달콤한 그림책이다.

하얀 밥알이 동동 떠있는 달달한 우리의 디저트 식혜, 곶감의 은근한 단맛이 우러난 수정과, 하얀 가래떡을 푹 찍어 먹던 조청. 세대가 변해도 여전히 마음속으로 이어지는 음식들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문화적 공감을 만든다. 만드는 방법이 달라지고 더 화려하고 맛있는 것들이 많아졌어도 마음이 기억하는 맛이 있는 것 같다.

예전처럼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이 지금은 많이 없어져 버렸다.

모바일 앱이나 전화 한 통으로 다양한 음식들을 쉽고 빠르게 배달 받아먹을 수 있고 마트에 가면 조리가 다 된 다양하고 간편한 음식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빨리빨리 한 끼를 때우는 날들이 일상이 되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편안한 사람들과 마주 앉아 나누는 소박한 밥상, 우울하고 힘들 때 누군가 해준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운 요즘이다. 음식으로 따듯한 위로를 전하고 행복을 주는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마음의 허기를 달래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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