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10월 ['시'그널 보내~]

'시'그널 보내~


'시'그널 보내~


마상공원작은도서관 사서 김은미



가을 가을한 날이다.

작은도서관 옆 커다란 모과나무는 갓 익기 시작한 모과를 날마다 몇 개씩 떨어뜨려 사람들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작년에는 모과나무가 어디 있나 싶게 해거리를 하더니 올해는 나 여기 살아 있다고 걱정 말라는 듯 유난히 많은 열매를 매달고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선생님, 제 등 뒤에서 방금 떨어진 모과예요. 이 큰 모과에 맞았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하하”

이용자분이 반갑게 건네는 모과를 두 손으로 받아든다. 받아 든 두 손을 코로 가져간다. 아직 노랑이 덜하긴 하지만 향도 조금 모자란 듯 하지만 그래도 모과는 모과다. 올해 첫 모과를 주제 전시대에 올려놓고 시 한 편도 함께 올려 놓았다. 첫 모과가 왔을 땐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처럼. 그래야 가을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모과

                             이안

(꼭) 두 손으로 주고

(꼭) 두 손으로 받는다.

받아 든 두 손을

(꼭) 코로 가져간다.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하아!

탄성과 함께

숨을 내쉰다.

고개 들어

준 사람과 눈을 맞추고

아, 정말 좋아요.

고맙습니다.

(꼭) 두 손에 받들고

집으로 간다.

《글자 동물원》 (문학동네 2015)




공원도서관엔 사람 이용자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 이용자가 머물다 간다. 엊그제는 커다란 사마귀 한 마리가 사서가 권해 준적도 없는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 이란 책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배가 한껏 부푼 게 곧 출산을 앞둔 어미 사마귀다.

‘곧 태어날 아가들을 위해 책 보러 왔구나’

사마귀도 책을 보는 계절 가을이다.

 

가을

                               송현섭

나무는 잎사귀들에게

“오늘부터 다이어트야.” 라고 말하고

사마귀의 푸른 날개는 갈색으로 녹슬고

엄청나게 많은 쌍둥이를 낳고

캥거루처럼 커진, 어미 귀뚜라미는

부엌이 너무 좁다고 쇠처럼 울고

공기 속에서는 살짝 고소한 맛이 나고

볼품없던 배추들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때는?

《내 심장은 작은 북》 (창비 2019)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조금 더 추워질 거란다. 날씨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여기저기서 어렵고 힘든 얘기들이 들려온다. 문득 이 시가 생각났다. “늦었지만 짖자” “함께 짖자”

이 말에서 쿵 했다. 혼자는 뭐든 어렵다. 결심하기도 쉽지 않고 실행하기는 더 그렇다. 하나의 목소리는 미약하지만 목소리가 모여 하나가 될 때는 그 힘이 막강하다. 요즘같이 힘든 때 함께 짖자고 말하는 날것의 목소리가 반갑다.

 

함께 짖자

                               김미혜


윗집 개가 짖는다

왈 왈


옆집 개도 아랫집 개도 밤하늘 조각달도

왈 왈 왈 왈


그렇다면 나도 짖어야지

왈 왈 왈 왈 왈 왈 왈


늦었지만 짖자

함께 짖자


《꼬리를 내게 줘》 (창비 2021)




누구도 안심하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도 살아야하기에 올 가을엔 함께 시를 읽어보자고 권해본다. 시 한 편이 밥이 될 수는 없지만 희망과 위로는 줄 수 있지 않을까. 부디 그러하길 비는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써 본 날

                                                                       김봄희


후두두둑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마을버스가 서둘러 정류장에 들어왔어. 사람들은 우산을 접지도 펴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버스에 오를 준비를 했지. 그때 교복을 입은 오빠가 가만히 버스 줄 밖으로 비켜서는 거야. 다른 차를 타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기다리던 사람들이 버스에 다 오를 때까지 한참 동안 우산을 높이 펴 들고 서 있더니 맨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르는 거야. 그것을 본 만원 버스 속 사람들은 한 발짝씩 자리를 옮겨 오빠가 설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어. 마을버스는 걷는 사람들에게 빗물이 튀지 않게 더 천천히 움직였지. 나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써 본 거야.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써 본 날》 (상상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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