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8월 [번아웃이 왔을 때 읽다]

번아웃이 왔을 때 읽다


번 아웃, 아웃 오브 마인드


작은도서관 Caru 이선미




번 아웃. 20년째 쉼 없이 도서관운동, 여성운동, 마을공동체 운동을 펼치다 보니 ‘번’은 등어리에, ‘아웃’은 팔짱에 끼고 산 지 이미 십수 년이 흘렀다. 협회에서 번 아웃이 왔을 때 읽을 만한 책들 원고 청탁이 들어왔을 때, “번 아웃인데 뭘 또 읽으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번 아웃에서 벗어나려고 주 1회 홀로 찾는 단골 까페에서 내 준비물은 단연 책이었다. 시즌별로 읽고 싶은 책들 3-4권을 골라 경치 좋은 춘천의 좋은 까페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 평일 오전, 일찍 여는 까페 중에서 나에게 신경을 안 쓸 그런 무심한 곳을 골라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쿠키를 먹으며 그날의 기분에 따라 책을 읽는다. 굳이 완독은 필요 없다. 몇 줄만 읽어도 상관없다. 몸과 마음이 소진되어 ‘더 이상 못 해 먹겠어!’라고 생각이 들 때면, 일단 빠져나와야 한다. 아무도 눈치 못 채게 일상으로부터 탈출해 나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것이다. 좋은 음식, 좋은 잠, 좋은 사람이 가장 중요 요소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선뜻 충족되기 힘들다면, 그리고 책을 그나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머리를 식히고 느슨하고 즐겁게 오락 같은 독서를 해본다면 좋을 것이다. 자기개발서는 절대 읽지 않기를 바란다. 소진된 뇌는 말랑말랑, 느슨하고 한가해지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럴 때 천재 유교수를 만난다. 20대에 알게 된 야마시타 카즈미의 <천재 유교수의 생활>. 책의 주인공 유택 교수는 인간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경제학 교수이다. 평소의 진지한 태도 때문에 속세의 다른 인물과 괴리되고 충돌이 생기기도 하지만 늘 따뜻하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사람을 대한다. 유교수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본질과 비본질을 탐구하는 그를 통해 어쩌면 내 신세 한탄이 조금만 떨어져 나와보면 탈출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의 마음에서 떨어져나와 ‘번 아웃’을 ‘아웃 오브 마인드’로 바라보면 관점의 힘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읽어보는 것도 좋은 휴식이다. 이슬아의 인터뷰집 <새 마음으로>, <깨끗한 존경>을 읽다 보면, 사람 관계에서 생겨나는 미움과 부침의 물결이 잔잔하고 고요해진다. 인터뷰집은 한 인물에 집중하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있어 좋은 책이다. 특히 작가 이슬아라면 믿고 볼 수 있으니까.




한 달 전, 부산의 독립책방에서 산 타라 미치코의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도 그렇다. 중학생 손자가 개설해준 유투브 채널을 통해 구독자 15만명을 지닌 87세 일본인 할머니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의 일상과 소회를 적는다. 잔잔하고 묵묵하지만 일상의 성실함이 주는 생의 힘이 진동처럼 느껴진다. 책의 첫 장에 나온, ‘집은 낡고 오래된 나만의 성’이라는, 그녀의 작은 아파트 내부 전경 사진은 긴 여운을 준다.




좀 더 치열한 자극을 받고 싶다면, 정혜윤의 책을 읽는다. 정혜윤의 책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읽으면 좋은, 느낌이 감감한 책이다. CBS 라디오 프로듀서인 정혜윤은 가는 떨림을 포착하고 귀 기울이는 발견자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힘든 위치에 서게 된 이들 옆에 의지할 힘이 되어주는, 그러면서도 낮고 낮게 행동하는 그녀. 정혜윤의 <삶을 바뀌는 책 읽기>는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등 질문의 방식으로 챕터를 구성한다. 책은, 정말 위로가 될까? 그녀는 책의 서두에서 ‘사실 무언가를 몹시 사랑하는 인간으로 세상을 사는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몹시 사랑하는 것. 번 아웃이 왔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힘이 아닐까? 나를 사랑하고 주변을 다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에너지의 귀환. 번 아웃이 왔다면, 잠시 내 마음을 내려놓자. 찌릿찌릿, 다시 내 에너지가 돌아올 거야. 그때까지 맘껏 책을 즐기고 뒹굴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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