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7월 [앗! 무서워]

앗! 무서워


 이야기가 전해주는 낯섦과 새로움: 무섭지만 보고 싶어!


위스테이별내 작은도서관 동네책방 김양희




 뜨거운 여름이다. 활활 태우는 열기만큼 매미가 시원스럽게 울고, 종일 내리는 여름비로 풀잎과 나뭇잎들은 쑥쑥 자라난다. 이맘때 아이들의 여름방학도 시작되어 밤이 늦도록 길가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밤은 짧고 낮이 긴 여름. 그 밤이 아쉬워서 우리는 무서운 이야기를 찾는 것일까, 여름날에 무서운 이야기는 날개를 달고 사람들을 찾아온다.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나 어릴 적에 읽고 보았던 책과 영화들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되어 그 특유의 공포스러움을 추억하게 된다. 눈동자만 노랗게 빛나던 검은 고양이의 저주, 안개가 뿌옇게 칠해진 밤길에 무덤가를 지나는 선비와 그들을 홀리던 귀신들. 이 사연 많은 공포는 무서워 걱정스러우면서도 끝까지 보게 만들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원하면 언제든지 공포물을 만날 수 있지만, 어린 시절 그때는 친구네에서 몰래 읽던 책들과 TV시리즈 전설의 고향이 전부였다. 다시 보면 시시하고 어이없는 지금의 이야기가 되지만, 그때는 어찌나 무서웠는지 아직도 그 감정들이 선명하다. 어쩌면 어릴 적의 그 무서움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너무도 두렵고 겁이 나 지금까지 추억하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들. 내가 겪어보지 못했고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주는 낯섦과 새로움이 계속해서 무섭지만 끌리게 하는 것이다.




 그 낯섦이 주는 이야기는 마을마다 있다는 오랜 전설에서 시작된다. <우리 동네 전설은> 의 주인공 준영이가 그러했다.

 도시에서 시골 득산리로 이사 온 준영은 학교에서 득산리로 가는 길은 중학생이 되기 전에는 절대로 혼자 갈 수 없다는 마을의 오래된 규칙을 듣게 된다. 아이들의 간을 빼앗는다는 방앗간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이 잃은 여자의 영혼이 떠돈다는 뱀산, 지나가는 아이들을 마구 잡아 가둔다는 돼지할아버지까지...... 그래서 이 동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반드시 함께 모여 집에 간다는 것이다. 새로 이사한 동네의 무서운 전설은 자신의 평범했던 초등학교 등·하교길을 낯설고 새로운 공포로 채워 넣었다.



 전설하면 빠지지 않는 우리의 옛이야기에 구미호도 있다. <여우누이> 가족들이 그토록 사랑하던 막내 여동생이 실은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였다. 아들만 있던 집에서 어렵게 얻은 딸. 그 아이가 자라면서 마을의 가축들이 매일 밤 한 마리씩 죽어 쓰러졌다. 셋째 오빠가 여동생의 본모습을 알아차리고 부모님께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여동생을 모함했다며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후 그리움에 다시 찾은 집과 마을은 폐허가 되고 여동생만이 홀로 있었다.

 우리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렵지만 끝까지 가보게 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무서운 것이 싫다고 말하지만 이야기에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많다. 이야기 속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우리를 주인공이 되게 하고 또 구경꾼이 되게 하여 그 감정에 빠져드는 것이다.

 <여우누이> 폐허에서 만난 여동생은 억울하게 쫓겨난 셋째 오라비를 마지막으로 잡아먹기 위해 괴기스러운 웃음과 표정을 지으며 쫓아온다. 우리는 그들의 숨 막히는 쫓고 쫓김을 보면서 오라비를 응원하고, 구미호가 벌을 받기를 고대한다. 실은 구미호에게도 숨겨둔 아픈 사연이 있는데 말 이다. 

 여우누이는 사냥꾼에게 죽임을 당한 여우의 새끼가 사람으로 변신하여 어미의 복수를 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냥꾼의 막내아들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이야기 <끝지> 에서는 여우가 집안 사람들 모두를 죽이고, 결국 막내 오라비가 그를 물리쳤다는 옛이야기와 같다. 하지만 끝지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누이 동생을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순돌이와 어미를 죽인 원수의 아들인 오라비를 죽일 수 없는 끝지를 만나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누구를 주목하는지에 따라 풀어지는 사건과 감정이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 동네 전설> 에서도 사건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염꾼 이었던 돼지할아버지는 두렵지만, 상엿집 근처의 할아버지네 밤밭의 밤맛은 최고라며 매년 가을 서리를 하던 득산리 아이들. 붙잡히면 꽃상여에 갇힌다는 무서운 전설에도 감히 밤서리를 하게 된다. 철망을 건너 밤을 훔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준영이는 어느 날 돼지할아버지에게 쫓기게 되고, 공포스러운 응징이 아닌 따뜻한 답례를 받게 된다. 그렇게 할아버지에게 한발 가까워진 준영이는 동네의 전설이 아닌 마을 어른의 아픔과 상실감을 보게 되고 조용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응원과 위로를 건네는 것 이다. 

 무서운 이야기에는 상실과 슬픔, 배신과 분노, 공포와 두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름마다 무서운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여러 사연과 감정들에서 함께 아프고 슬프기 때문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애환에 공감 할 수 있고, 내가 풀어내지 못하지만 그들의 성취와 소원풀이를 기대하기에 가슴 졸이며 응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재미를 우리는 아는 것 이라 생각한다.

무서운 이야기 속에 담긴 낯섦에서 우리들의 수많은 이야기와 무수한 감정들을 용기 있게 만나는 여름이 되길 다시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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