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6월 [불멍과 어울리는 책]

불멍과 어울리는 책 


 밖에 나오면 책을 잊는다. 그래도 생각나는 그림책



이향






캠핑을 자주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내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딱 적당하다), 날이 좋을 것 같은 주말이 다가오면 언젠가 가려고 아껴둔 캠핑장을 다시 검색한다. 꼼꼼하게 후기도 읽고, 사람들이 올리는 사진도 열심히 찾아보고, 내가 원하는 장소인지 검색하면서.
집에서부터 주차장까지 온갖 집기를 들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아, 내가 왜 가겠다고 했지.’ 하고 수없이 생각하다가도 막상 도착하면 그저 행복하기만 하니 캠핑은 어쩌면 나에게 딱 맞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사실 여행지에서는 책을 주로 ‘잊는다’(여행지에서 산 책은 읽음. 무엇보다 직업 정신으로.). 한동안 책을 들고 다니기도 했는데,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면 읽게 되지 않아서 언젠가부터 들고 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주중에 하는 일이 책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내게는 책이 일상인데,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떠나는 것이니 또 여행이기에 두고 가야 진정한 여행이 될 것도 같았다.
그런데 가끔은 들고 올 걸 그랬다 싶은 책이 있다. 배경음악처럼 이 순간, 내가 있는 이곳의 배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그림책. 최근 캠핑장에 갈 때마다 종종 생각나는 세 권의 책은 『양은 꽃을 세지』와 『나무의 아기들』 그리고 『형제의 숲』이다.


『양은 꽃을 세지』는 사실 우리 회사에서 출간된 그림책이다. 이 책을 원서로 처음 보았을 때 그저 너무 좋았다. ‘몽환적’이라는 말이 이미지로 이해되었다.
‘양은 잠들기 전에 꽃을 세지’로 시작하여 이어지는 글은 책장을 넘길수록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양인지, 나인지 모르게 빠져든다.
모닥불을 피우고, 멍하니 앉아 가볍게 부는 바람에 잠깐씩 밤하늘을 올려보다가 문득 이 책이 생각났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우리는 양을 세는데, 그럼 양은 무얼 셀까?’라는 호기심 어린 귀여운 상상은 꽃에서 풀밭으로, 코뿔소와 무지개와 반딧불이에게로,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꿈의 시공간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글을 쓴 미카엘라 치리프는 시인이기도 해서, 그의 그림책들을 보면 대체로 시적인 표현, 은유가 가득하다.
복잡한 마음이거나 생각이 가득하다면 그저 편하게 밤에 기대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보고 편안해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전날, 양을 세다 푹 잠들었다면, 아침 산책은 『나무의 아기들』과 하면 좋겠다. 이 책도 처음에 원서로 보았는데, 이 작가는 관찰력이 대단하구나, 생각했다. 단순히 나무의 씨앗과 새싹들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생김새와 생태가 정말 섬세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나무들이 달리 보인다.
식물의 잎과 생김새를 알았기 때문에, 아니까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숲의 나무에서 아기들이 살아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을, 생명이 담긴 씨앗들이 함께하거나 또는 멀리 퍼져나가는 모습을 이렇게 사랑스럽게 표현하다니! 작가가 그려놓은 그림책 속 씨앗들이 고개를 돌리면 내가 서 있는 자연 속에서 인사한다. 각자의 색으로 태어난 것처럼.



이제 캠핑을 정리하고 돌아올 준비를 하려고 한다면, 『형제의 숲』을 한번 보면 좋겠다.
커다란 판형의 『형제의 숲』은 그림으로 마주 보고 있는 숲의 모습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점차 달라진다. 끝으로 갈수록 두 남자가 만들어온 환경은 너무도 다르다. 왼쪽 남자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 오른쪽 남자는 자연을 바꾸며 사는 듯하다. 우리는 어떻게 살면 좋을까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나에게 어느 쪽이냐고 물어보면 마음은 명확한데, 딛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모르겠다. 책을 펼쳐두고 그 가운데 어디쯤에서 가고 싶은 방향을 보고 서 있겠지.

자연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가 되는 것이 좋아 캠핑을 좋아한다. 궂은 날씨이든, 좋은 날이든 이렇게 겨우 생존할 수 있는 텐트 안에 있다 보면 그냥 가만히 자연의 일부가 되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자연은 공평하고 품이 넓은 것 같다. 큰 집을 지고 오는 사람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똑같은 모습으로 마주하고, 같은 경험을 하게 하니까. 나를 중심으로 살다가 내가 맞춰야 하는 자연 속에서 나는 그저 다정한 구성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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