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12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애기똥풀도서관 한은희




작은도서관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라. 끊임없이 사람이 들락날락한다. 오전에는 현대 소설 읽기, 그림책 읽기, 심리 책 읽기, 희곡 낭독, 시 쓰기, 영어원서 읽기 등등 요일마다 책 읽고, 토론하고 글쓰기 위해 엄마들이 모여든다. 오후에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아이들을 위해 예술치료 수업, 영어 스토리북 읽기, 그림책 수업, 보드게임수업 등 다양한 공부를 아이들에게 맞춤식으로 접근하는 ‘아이 돌봄 독서문화 프로그램’도 한다. 밤에는 직장인들을 위한 책 읽기 모임, 오카리나 모임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책을 읽고 시대를 고민하며 자기성찰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 누가 지시하거나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고, 듣고, 말하고 쓰면서 이 시대를 올바르게 살아내려고 힘써 노력한다. 이런 일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못 본다. 그저 웃고 떠들며 노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모임들에는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귀한 시대정신이 흐른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작은도서관들의 존재 의미가 피어오른다.


2021년에 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을 모으고, 일을 진행하면서 너무 외롭고, 굳건한 무관심이 어찌나 힘들던지 공모사업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2022년 새해가 되자, 지난 일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새로운 사업들을 보니, ‘오우 재미있겠는데, 마을 자치를 위해서라면 해 봐야지, 마을 잡지를 내고 싶었어. 동아리 회원들의 글이 실린 문집을 내자고 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새로운 상상들이 피어오르는 바람에 결국에는 이 사업도 신청하고, 저 사업도 제출했다. 사업을 구상할 때는 너무나 재미있고 신난다. 이것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저것도 재미있고, 이건 꼭 해야 할 것 같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리하여 구리시작은도서관협의회 도서관들과 함께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에서 ‘씨앗’ 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작은도서관 스스로 아카데미'사업에도 지원하게 되었다. 사립작은도서관들이라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기에도 급급하고 힘겹기 때문에 연대활동으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행동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뭔가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이라면 변화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강한 의지에 사로잡혀, 매달 모일 수 있는 도서관 운영자와 실무자들의 신청을 받아 ‘아프리카 소설 읽기’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왜 아프리카 소설 읽기를 선택했는가? 우선 지적 호기심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작은도서관이 유럽이나 미국 소설들은 많이 읽었는데, 러시아보다 2배 더 크고, 지구 육지 면적의 20%에 달하는 아프리카 대륙에는 너무도 무관심했다. 오랜 ‘식민 생활과 노예생활 등으로 피로 얼룩졌던 과거 아프리카의 눈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리지 않은 그들의 해학과 웃음의 철학, 탈식민 향한 아프리카 대륙의 새로움’을 중심으로 몇 권의 책을 소개해 보겠다.



나이지리아,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1958에 나온 책인데,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렸다. 아프리카의 전통사회가 서구의 종교와 정권에 의해 어떻게 완전히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프리카의 관혼상제 풍습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대화에 녹아있는 속담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시에라리온, 이스마엘 베아의 <집으로 가는 길>은 랩 음악과 춤을 좋아하던 천진난만한 소년이 1991년 시에라리온 내전으로 부모와 헤어져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소년병이 되어, 마약과 살인의 ‘전쟁기계’로 착취당하다가 유니세프에 의해 구출되어 재활치료를 받고, 성인이 되어 미국에 살면서 쓴 책이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나오는 소년병의 모습이 이 책의 실제 주인공인 이스마엘 베아의 모습이다.



해학과 유머가 풍부한 아모스 투투올라의 <야자열매술꾼>은 1952년에 쓰였는데, 이 책은 눈으로 볼 때보다 소리 내어 읽으면 운율이 느껴져 더 재미있다. 소설 속에 속담과 민담이 그대로 녹아 있고,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을 넘나든다. 정신 줄을 놓고 읽어야지 이성을 가지고 덤볐다가는 하나도 건지지 못하는 수가 있다. 누구는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눌렸던 중압감이 대번에 녹아져 내리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그 정도로 이 소설은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마력이 있다.



케냐의 응기구 와 티옹오의 <십자가 위의 악마>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읽은 책이다. 얼마나 입심이 빡센지 이야기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분노하고 있거나 울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대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식민주의 매판자본을 비판하는 글로 일관하는 응구기를 케냐 정부는 감옥에 수감시키는데, 감옥 안에서 응구기는 휴지 위에 폭풍같이 써 내려가 소설을 완성한다. 탈신민주의 문학과 아프리카 문학의 분기점을 이룬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케냐의 기쿠유어로 씌어진 최초의 현대 소설이다.


이야기는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은 미래가 밝다. 우리 작은도서관에서 읽는 책들은 역사를 기억하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며,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이야기가 있는 곳, 책이 있는 곳, 사람이 있는 곳인 마을의 작은 도서관은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고, 멀리서 길을 잃는 사람이 없도록 등불을 밝히는 곳이다. 최고의 한 해를 바란다면, 2022년을 도서관에서 마무리하고, 2023년을 도서관과 함께 맞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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