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11월, 꺼내 먹는 책




꺼내 먹는 책




작은도서관 웃는책
김 자 영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휴관하면서 사서들은 근무하는 기이한 상황이 수개월씩 이어졌다. 우울했고 불안했다. 그래서 그간 못 읽었던 책들을 읽었다. 예전에는 주로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읽었다. 재미나게 읽긴 했지만, 도서관 프로그램이나 동아리를 위해 읽은 경우가 많았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읽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나를 위한 책을 골랐다. 50대 중반, 작은도서관 운영자 13년, 나도 남들 겪는 상처, 불행 다 겪었지만, (남들처럼) 묻어두고 살았다. 왜 나의 가족은 그랬는지, 나는 왜 이거밖에 안되는지, 세상은 왜 이 모양인지,... 알고 싶은 것 투성이었다. 그리고 좋은 책은 넘쳤고 같이 읽을 친구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분명,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인문학 책은 대체로 두꺼웠다. 수백 년, 수천 년 전 문장은 어려웠다. 하지만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았다. 읽다 보면 나를 전율케 하는 문장 하나가 등장하곤 했으니까. 어쩌면 수백 페이지 중 그 한 문장을 발견하기 위해 읽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인문학 책 읽기가 3년을 넘어간다. 이제 인문학 모임은 웃는책의 8개 독서동아리 중 가장 활발한 동아리 중 하나다.


 인문학 책을 이제 읽으려는 분들께 감히 조언한다면, 1. 분량을 나눠 오래오래 꼭꼭 씹어 읽어라 2. 절대 혼자 읽지 말고 함께 읽으시라. 3. 도서관, 혹은 이용자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읽어라. 4. 방법은 다양하니 우리에게 맞는 것으로 고르면 된다. (온/오프, 낭독, 강독, 묵독, 한 줄 쓰기, 댓글 달기, 필사, 세미나, 연령대 다양화 등- 방법은 차고 넘친다.) 5.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지 말아라. (그 책에 흠뻑 젖어있다 보면 누군가 나타날 것이다. 물론 아니어도 상관없다.) 6. 책의 시공간적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약간은 쉬워진다.(하지만 그래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몇 권 안된다.)



1.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상, 하] 박지원 저, 고미숙 등 옮김, 북드라망

가히 세계 최고의 여행기라 할만하다. 여행 중 마주친 사람, 문명, 풍속, 사건 등이, 어린이보다 더한 호기심과 관찰력, 재치와 유머, 조선 최고라 일컫는 빼어난 문장, 북학파 수장 다운 지식을 총동원해서 펼쳐진다. 백수로 살며, 평생 친구들과 읽고 써온 힘이 그 원천이지 않았을까. 약 12주에 걸쳐 함께 낭독해 읽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모두 ‘연암과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고백하며 마쳤다.



2. [장자 강의 내편] 남회근 저, 마하연

전쟁이 끊이지 않고, 극도로 혼란스럽던 전국시대. 정치에 나서지 않고 끝까지 소요유하던 장자. 2500년 전임에도,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그것도 해학과 유머를 섞어서. 우리는 삶에 집착하는데 왜 죽음에 대해 1도 모르는지, 나를 그토록 사랑하면서 왜 남에게 얽매이는지 등등. 모임 때마다 “우리는 아직도 장자를 이야기해요”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영향력을 안겨준 책. 이외 장자 외편, 잡편도 있으나 우리는 내편을 11주로 나눠서 읽었다.



3. [톨스토이 중단편선 2, 3] 톨스토이 저, 작가정신

250년 전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톨스토이는 이야기꾼이다. 재밌게 읽었다. 상류층 진입을 추구하다 병을 얻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이반일리치의 죽음’, 상류층 부부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 파멸되는 ‘크로이체르 소나타’, 죽음 앞에서는 강인한 농민의 모습이 인상적인 ‘눈보라’등이 좋았다. 살면서는 욕망만을 추구하고 죽음은 기피하는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열띠게 이야기했다. 두 권 중 8편의 단편만을 골라서 한 개씩 8주간 읽었다.



4. SF 단편집들-[블러드 차일드] , 옥타비아 버틀러, 비채/[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엘리 /[세상의 생일] 어슐러 르귄, 시공사/ [다섯 번째 감각] 김보영, 아작

SF는 인문학과 무관해 보였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모든 것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한가, 물컹물컹한 혐오스러운 외모의 생명체와 같이 살수 있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선 살아야 하나. 언어는 필요한가



.... 어려웠지만 수다는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친 후에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조금 돌아보게 되었다. 그랬다. SF는 어떤 인문학 못지않게 우리를 성찰하게 한다. 4권의 책들 중 8개의 단편만을 골라 읽었다.


 얼마 전, 다시 또 일어날 리 없다 생각했던 참사가 또 일어났다. 그리고 작은도서관은 혹독한 시기를 맞고 있다. 수십만이 떼죽음 당하던 전국시대 혹은 처참한 제정러시아 시대에도 이야기를 잊지 않았던 장자와 톨스토이를 떠올려 본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를 지켜야 한다. 작은도서관은 언제나 위기였지만, 그때마다 우리를 지켜준 힘은 책 읽는 일상이었음을 잊지 말자. 아마 이 시기에, 인문학은 우리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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