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9월, 독서 DIVE






바쁠수록 더 간절해지는 몰입의 시간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이은주




 어느 날 간사님이 영상을 보여주었다. 아무 장비 없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프리다이빙. 인어처럼 헤엄치는 모습은 고요했고, 우아했고, 아름다웠다. 아무 소리도 방해도 없이 물 안에 있는 그 순간이 평화로워서 좋다고 말하는 간사님의 얼굴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바쁜 와중에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고 즐기는 젊은 청춘이 부러웠다.


 어떤 방해도 없이 그렇게 몰입해 본 적이 언제일까? 어린 시절, 밥상머리 앞에서 책 읽다가 엄마한테 혼난 기억이 났다. 한때 나는 ‘키다리 아저씨’에 홀딱 빠져있었는데, 주인공 주디가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너무 멋져서 따라 하느라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댔던 기억도 났다. 장르 불문, 두께 불문, 나의 모든 잡상식의 원천이 된 소년중앙에서부터 데미안까지 읽고 읽고 읽고. 고개를 들면 멍해지던 그 몰입의 순간. 그 순간을 생각하니 나도 행복해졌다.


 일상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작은도서관을 둘러싼 환경은 수시로 변하고, 협회의 일상도 숨 가쁘게 돌아간다. 개인적 일상도 언제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겨서 힘들다. 속해있는 모든 상황 안에서 주어지는 역할이 있고, 행해야 하는 어른의 삶. 그 안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았다. 가는데 한 시간 반, 오는데 한 시간 반. 총 3시간 가까운 출퇴근길인지라 처음에는 독서에 대한 야심찬 계획이 있었으나, 그것도 불가능했다. 지하철만 타면 꾸벅꾸벅 졸며 부족한 수면을 채우기에도 모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온전한 몰입의 시간을 꿈꾸며, 가방에 책 한 권씩을 넣어 다닌다. 단 한 줄도 읽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로망을 지고 다니는 셈이다. 책으로의 다이브를 꿈꾸는 봇짐러의 삶이라니.


 로망을 이루기 위해 전략을 바꿨다. 어차피 프로 산만러이니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자 싶었다. 오분이고 십분이고, 모이면 읽어지겠지. 그 찰나의 순간을 즐겨보자가 전략이었다. 이 책 저 책 들여다보고 읽고, 나만의 속도를 찾아 로망을 채워갔다. 책을 통해 여행도 가고, 각본집도 읽었다. 논픽션도 읽고(1년도 넘게 걸렸지만), 나이듦에 대한 벽돌책도 서서히 읽어가고 있다. 화장실에 가는 짬, 커피 마시는 짬, 누워있는 짬, 간혹 각성 상태에서 잠이 들지 않은 지하철, 그 시간을 모아서 책을 읽으니, 되긴 됐다. 맨 뒷장까지 읽어가는 책이 생겨난다.


 수영복을 입고, 물안경을 쓰고, 차가운 물에 발을 넣는 것처럼, 나는 순간의 짬을 내어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펼치고, 눈을 고정한다. 그리고 들어간다. 책으로 다이브. 그 순간이 나를 살게 한다.






나를 숨 쉬게 한 책

여행할 땐, 책 |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통영으로 여행을 갔을 때, 동네 책방에서 만난 책. 초록 표지도 좋고, 내용도 싱그럽다. 여행가 김남희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진솔하고 생동감이 있는 글이 마치 진짜 내가 그곳에 있는 것같이 느껴지게 하고, 감동도 준다. 더불어 작가가 소개하는 책 속의 책들도 너무너무 좋다는 것이 이 책의 최고 장점!




나를 울게 한 책


새벽별은 베롱베롱 제주 어르신 그림책 | 제주 어르신 (강복자, 김정란, 신진옥, 양달성, 양정순, 장원선, 정순경, 현서지) (지은이)책여우

얼마 전 회원 도서관에서 제주어르신그림책 전시와 작가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에서 수년째 하고 있는 제주어르신그림책 만들기는 제주어와 제주 역사, 한 사람의 역사를 담아내는 의미있는 일이다. 제주 여인의 힘이 절로 느껴지는 어르신의 말씀은 어떤 작가와의 만남보다 감동적이었다. 87세 우리 엄마도 저런 이야기 갖고 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면 이야기는 사라지는데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났다. 귀하고 귀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멋진 작업은 눈으로 읽으면 어렵다. 낭독을 해야 한다. 소리 내어 읽으면 무릎을 탁 치며 이해하게 된다.




나를 깨닫게 한 책


나이듦에 관하여 | 루이즈 애런슨 지음 | 최가영 옮김 | 비잉(Being)

연로하신 엄마를 보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많고 두렵기도 했다. 눈물이 나는 경우도 많고, 머리가 아픈 경우도 많았는데, 감성 말고 과학적으로 나이듦에 관하여 알고 싶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책 두께를 미리 알아보지 못한 게 신의 한 수였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의 기준이 무엇인지, 늙는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읽어가며, 어느 순간 나는 받아들였다. 엄마를 위해 읽으려 했으나 결국 나를 위한 책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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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_9월__작은도서관__무슨책읽어_취합본(pdf).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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