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도서관서비스

어린이서비스위원회가 전하는 소식

어린이서비스가 도서관의 일상이다-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일상에서 어린이들과 만나기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서울시 금천구)은 탑동초등학교와 담을 공유하고 있어서 교문에서 5분 정도면 도서관 마당에 들어설 수 있다.

도서관이 학교와 가깝기 때문에 집에 가다가 들르고, 학원 갔다가 잠시 들르고, 학원 차 기다리다가 잠시 머물고, 엄마가 집에 없다고 도서관으로 오고,

친구 만나러 오고, 그냥 갈 곳 없을 때도 온다.

참새가 방앗간에 먹이 찾으러 가듯이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며 매일 도서관으로 오는 아이도 있다.

우린 이 아이들을 "도서관 참새"라고 부른다.

매일 오는 아이들도 재미가 있어야 또 오고 싶어질 텐데 책 읽는 것 말고 뭔가 할 일이 있으면 더 신 나게 올 거 같은데 그게 뭘까 ?

고민한 끝에 식물 관찰일기를 써 보기로 했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은 자그마한 마당과 주차장 옆에 텃밭이 있어서 관심만 있다면 관찰할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1. 사각사각 식물그리기 할 사람 여기여기 모여라 

이 일은 2017년부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참새들을 대상으로 했고, 2018년, 2019년에는 초등 2학년 참새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봄 기운을 받아 새싹과 새순을 내미는 4월에 시작하여 열매를 맺는 10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식물을 관찰하고, 관찰 일기를 쓴다.

10월까지 관찰 일기를 잘 쓴 참새들의 공책을 스캔 하고, 편집을 해서 그림책으로 만들어 준다.

7개월 동안 꾸준히 잘 해 낸 참새들과는 출판기념회를 열어 큰 박수를 쳐주고 격려를 해준다.

2. 나만의 공책 만들기

맨 먼저 하는 일은 식물들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쓸 나만의 공책을 만든다.

도화지 위에 기름 종이를 한 장씩 끼워 넣고, 내 눈이 정확하기를 바라면서 점을 찍고, 구멍을 뚫는다.

송곳으로 구멍을 뚫으려면 온 힘을 쏟아야 하고 위험한 것도 잘 감지를 해야 손가락이 다치지 않는다.

 돗바늘에 실을 꿰어 이리저리 실이 엉켜서 다시 바느질 하기를 반복하다보면 세상에 한 권 밖에 없는 나만의 공책이 만들어진다.

나만의 공책 이름도 정하고, 표지도 꾸미고, 앞으로 각오도 한마디 쓴다. 

이제부터는 식물의 자라는 과정이 눈에 확연하게 보이는 식물로 정한다.

참새들은 그 식물의 이름을 지어준다.

식물에 이름을 지어주면 관찰할 때마다 한 번씩 이름도 불러주고, 글을 쓸 때도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식물에 이름 지어주기를 꼭 한다.

참새들이 시간 날 때 도서관에 와서 자유롭게 관찰하는 것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은 관심을 갖고 물도 주고 사랑도 주고 관찰해보자고 약속한다. 

↑ 2018.4 공책을 만들고 나서

3.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하다

시작할 때는 꼬박꼬박 도서관에 들러서 물도 주고, 관찰하고 관찰일기도 잘 쓴다.

도서관의 참새들이긴 하지만 친구들과 놀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일정으로 도서관에 못 오는 경우도 있다.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은 물을 안 줘서 시들어 가고 있는 것도 있다.

시들어가는 식물을 보고 있노라면 애를 태우지만 참새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서 꾹 참고 기다려준다.


4. 관심갖는 만큼 아는 것도 많아진다.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려면 그 식물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봉숭아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봉숭아꽃 피는 순서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꽃이 지고 나면 꼬투리가 어떻게 되는지,

꼬투리에는 털이 있는지 없는지~~등 자세히 들여다봐야지만 그릴 수 있고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떤 참새는 본대로만 그리지 않고 느낀대로 그리는 참새도 있다.

글도 식물에 대해 직관적으로 쓰는 참새도 있고, 학교 얘기, 친구 얘기, 엄마 얘기까지 쓰는 참새도 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봉숭아꽃 따서 잠깐 말렸다가 명반 넣고 쿵덕쿵덕 절구질해서 봉숭아 물들이는 행운도 맛볼 수 있다.




         ↑ 2019.6. 봉숭아 물들이기

5. 씨앗에서 시작해서 다시 씨앗이 되기까지 

도서관의 연례행사로 되어버린 모내기 활동이 있다.

매일 밥상에 오르는 쌀이 커다란 벼나무에서 자라서 식탁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아는 어린이들도 있다.

그래서 또 시작해 보았다. 

씨앗에서 다시 씨앗이 만들어지기까지를 관찰해보는 것이다.

화분 받침을 이용해 모판을 만들고 싹이 트고 점점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고 글을 썼다.

5월에는 도서관 참새들만이 아니라 소문을 내서 모내기 할 사람들 다 오라고 한다.

논에 모내기 한두 번 해보고는 새참을 먹는 것이 더 즐겁다.


모내기를 한 후 거져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주변 인물들의 도움으로 그리고 햇님, 바람님, 비님의 에너지를 받아 추수할 시기가 온다.

그러면 또 온동네 소문을 내서 벼베기 할 사람, 탈곡할 사람, 방아찧을 사람들 오라고 한다.

온동네 사람들 모여서 놀이하듯 일을 하고, 새참도 먹고, 새끼도 꼬고, 키질도 해서 현미쌀 한컵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과정들이 식물관찰일기에 다 들어있다.







6. 2021년 코로나시대 '흙이랑 뭐할까?'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 방문이 자유롭지 못해서 이러한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로 멈춘 시간들이지만 자연은 멈춰 있지 않고 싹이 트고, 자라고, 열매맺기를 거듭하고 있다.

 고민한 끝에 '흙이랑 뭐할까?'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수의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참새들이 아니라 부모님의 권유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식물을 대하고 자연을 대하는 마음과 관심이 생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식물이 자라는 작은 변화를 관찰하고 말을 거는 행동은 곧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같음을 알게 될거라 기대한다.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네이버 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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