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도서관서비스

어린이서비스위원회가 전하는 소식

이야기 따라 노래 따라 /철따라 놀래-뒤뚜르어린이도서관

이야기 따라 노래 따라 /철따라 놀래

2021년 5월/뒤뚜르어린이도서관/이순애

아이들이 허밍을 하듯 흥얼거리는 노래가 듣고 싶었다. 악보대로 박자를 맞추고, 음정을 정확히 하지 않아도 되는 노래. 자기도 모르게 입속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저절로 나오는 소리는 그 누구도 신경 쓰이지 않을 테니 아이들이라면 더 잘 할 수 있었다.

 민들레는 민들레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책을 통해서다.


<민들레는 민들레>.

꽃을 이야기하기에,

꽃노래를 부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그림책은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더 잘 안다.

읽어줄 때마다 처음 보는 것처럼 잘 듣고 잘 본다.



모두 다 꽃이야♪

노래를 활동가가 연주하는 우쿠렐레 소리와 함께 불러 보았다.

몸이 저절로 가벼워지게 만드는 우쿠렐레 소리는 아이들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이미 사전모임으로 도서관에 들러 꽃누름이도 해보아서인지 꽃노래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려본다 (습식 수채화)

“이번에는 흰 종이 위에 나눠 준 물감으로 자유롭게 그려 볼 거야!”

먼저 붓을 손등에 터치하며 붓의 느낌을 느껴보게 한다.

아이들은 이제 스스럼없이 말하기 시작한다. 크지 않은 목소리로, 뽐내지 않으려는 작은 목소리로.

“간지러워요”, “붓이 미끄러워요”

다음은 붓으로 도화지 위에 물을 칠하자. 종이가 물을 머금는 시간을 기다리며 종이를 들여다본다.

첫 번째 컬러는 노랑!

노랑의 물감으로 “민들레는 민들레”를 생각하면서 그려본다.

물을 머금은 붓에 노란 물감을 입혀주고 물감을 하늘 위에서

떨구듯 하여 민들레를 그려본다. 뿌려도 된다.

“노란색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떤 것이 또 있을까?”

민들레 그리는 걸 방해하듯이 던진 질문에 아이들은 ‘바나나’ ‘별’ ‘햇빛’을 말한다.



아이들은 형태를 표현하지 않는다. 그냥 ‘노랑’을, ‘민들레’를 표현한다.


이번에는 빨강을 느껴 볼 거야!


노랑을 경험한 아이들은 이제 익숙하게 도화지가 물을 머금는 시간을 기다린 후 빨강을 칠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난 꽃은 어떤 꽃일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누군가가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만난 꽃은 복숭아꽃이야.

왜냐하면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과수원을 했는데 복숭아꽃이 정말 예쁘게 피었거든.

그리고 복숭아꽃을 따 주어야 열매가 더 크게 열리기 때문에 해마다 꽃을 따주기도 했어,

그래서 복숭아꽃을 잘 알아.” (활동가쌤)

자유롭게 저마다의 꽃을 말하는 아이들 목소리에

“저는 엄마꽃이요”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저절로 환해지는 순간! 바로 이런 순간이다.

조금씩 과감해지는 아이들의 붓놀림. 물을 더 부어보기도 한다.

흠뻑 물감을 입히기도 한다. 더이상 색이 스며들지 않을 때까지. 이렇게 빨강만! 이렇게 노랑만!

칠해본 적이 처음인 것처럼, 아이들은 꽃이 되어 노랑을, 빨강을 만났다.


“나는 어디에 핀 꽃이 되고 싶어?”

다시 그림책 속의 민들레와, 함께 불렀던 노래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산에 피는 패랭이”

“나는 놀이터에 피는 민들레”

“나는 산에 피는 아무꽃”

“그냥 조용한 곳에 피는 꽃”

“백일홍”, “아카시아꽃이요”

모두 다 꽃이 되어 말한다. 아이들이 점점 차분해진 것은 아마 붓으로, 물감으로, 색깔로 빠져보았기 때문이다.


“부르면 다 노래가 돼”

그동안 우리가 말했던 걸 노래로 옮겨보자. “내가 쓰는 노랫말” “함께 불러 보는 노래” 시간이 되었다.

“생각이 안 나도 돼, 아까 우리가 나눴던 말 들이 다 노래 가사야. 부르면 다 노래가 되거든”

색을 칠하면서 했던 말들을 떠올리게 도와주었다. 꽃 이야기가 노래로 바뀌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용기 내어 악보 위에 자기 말들을 옮겨본다.

난감해하기도, 어렵다고 말을 꺼내기도, 조금 전까지는 재밌었는데...하며 투덜대기도 했다.

그래도 일곱 명의 모든 아이들이 노랫말을 바꾸고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혼자 부른 아이도. 이끄는 활동가와 함께 부르기도 했다.

아이들과 느낀 점을 짧게 이야기 나눴다.

“행복하기도”

“당황스럽기도”

“뭔가 신기하기도”

“즐겁기도”

“글을 만드는 건 어렵기도”

“재밌는 시간이기도”

아이들은 느낌도 진지하고 자유롭게 말하고 있었다.


마음에 피어도 꽃이고

부끄러울 때 피어도 꽃이고

너구리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들에 피어도 꽃이고

화날 때 피어도 꽃이고

머리속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나는 나는 꽃이야

날 때부터 꽃이야

누가 뭐래도 꽃이고

언제나 꽃이야

매일매일 피어나 이름 없이 피어도

언제나 꽃이야


“아이들이 제가 떨면서 노래 부르는 걸 느꼈을까요?

옆에서 도움을 준 활동가는 아이들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인지 상기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바로 얼굴 옆에서 가까이에서 그 아이의 숨소리와 노랫말을 들으며 불러 보았던

서로의 노래를 아이들도 활동가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한동안 뒤뚜르도서관에서는, 한동안 뒤뚜르 마을에서는 아이들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질 것 같다.

각자 자기가 바꿔버린 노랫말로 만든 노래로.


♪ 모두 다 꽃이야♬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네이버 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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