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를 만드는 마을에 와촌책마루작은도서관이 있어요.
경상북도 경산시 와촌면은 과거에는 기와를 만드는 마을이라, 기와의 '와(瓦)'와 마을의 '촌(村)'을 따서 '와촌'(瓦村)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와촌책마루작은도서관은 와촌우체국 2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빨간벽돌의 우체국 건물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니 진한 나무향이 솔솔 납니다. 도서관 안에 들어가니 벽쪽으로 나무로 손수 만든 책장과 게시판이 있습니다. 도서관 천장을 가로지르는 줄에는 아이들과 함께 만든 갖가지 모양의 탈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서정오 작가님과우리 옛이야기의 힘과 매력
오늘은 ‘2023작은도서관문화가있는날‘이 시작하는 날입니다. 4월은 서정오 작가님을 모시고 “우리 옛이야기의 힘과 매력”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1부에서는 옛이야기가 어떤 건지, 왜 필요한지 알려주셨어요. 선생님 어릴 때는 이야기문화가 살아있었고, 삶이 곧 이야기였던 경험을 얘기해주셨어요. 동네이야기꾼 칠봉이 아저씨가 해 준 ‘참새 잡는 법’을 들으면서 다들 이야기에 빠져들었지요. 식탐 많던 선생님께 어머니께서는 그러지 말라는 말 대신 ‘너삼허리띠’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그 덕에 식탐을 안 부리게 되었다네요. 잔소리 대신 이야기라 참 멋진 교육법입니다.
신화와 전설, 민담의 차이도 쉬운 말로 구분할 수 있게 가르쳐주셨어요. 신화는 주인공이 태어날 때부터 비범한 인물로 타고 나고, 전설은 결말이 슬프고, 민담은 결말이 행복하다고 하셨어요. 누구나 쉽게 쓰는 우리말로 된 또랑골 가잿골 먹새골 영감 이야기를 해주셔서 재밌게 들었습니다.
늘 교훈이 있는 이야기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니라, 위안과 치유를 주는 이야기도 꼭 필요하다 하셨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대부분 민담이고, 민담에서는 오로지 주인공이 행복해져야 끝이 난다고요. 바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가족들과 옛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도 사느라 애썼다. 괜찮다. 그래도 좋다” 다독임을 받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야기를 잊고 있었네요. 오늘 서정오샘께 재밌는 이야기 듣고 가면 다들 가족들과 이웃, 친구들에게 이야기 한자락 하고 싶은 마음일꺼예요.
옛이야기 들려주는 꿀팁
2부에서는 옛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줘야 할까? 에 대한 꿀팁을 알려주셨어요.
옛이야기 들려주는 방법은
1. 텍스트에 너무 얽매이지 마라. (분위기 봐서 건너뛰어도 되고 살을 붙여도 된다, 지루하다 싶으면 건너뛰고 재밌다 싶으면 늘여라.)
2. 읽어주기보다 들려주어라. (눈을 맞추며 이야기로 들려주어라. 말하는 사람이 먼저 즐거워야 한다)
3. 불친절해라.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지 마라, 옛이야기의 생명은 서사다. 줄줄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이 알아서 상상한다.)
4. 무책임해라. ("왜 그래?"라고 물으면 아는 거면 간단하게 대답하고 모르겠으면 "나도 몰라."라고 넘어가라, 그러면 물어본 사람이 알아서 답을 찾을 것이다.)
세상에나 이렇게만 한다면 못해 줄 이야기가 없겠네요. 뻔뻔함을 장착하고 오늘부터 바로 시작해볼까요?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모처럼 많이 웃었다고 하시면서 힐링의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들어도 참 좋았겠다, 전래동화 그림책만 읽어주었는데 이야기로 들려주어야겠다 등 소감을 남겨주셨습니다. 참. 동네 언니 따라와 퀴즈 맞추고 서정오샘 사인본 그림책을 받은 분이 회원가입을 하시네요~
동네 사랑방, 작은도서관!
와촌책마루작은도서관 2023 작은도서관 문화가 있는 날은
5월에는 이정화 예술가님과 ‘점이 모여 모여(마임표현놀이)’를 어린이들과 함께 하고,
6월에는 최협 작가님과 ‘우리지역의 동물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9월에는 박지숙 공예가님과 그림책 주인공을 손바느질로 만들어 보고,
10월에는 김선희 예술가님과 국악으로 노동요를 부르고 춤도 추는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글/사진 [2023 작은도서관 문화가 있는 날] 컨설팅실사단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