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4월, 여행. 이제는 떠나고 싶어! (2021)





4월, 함께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안 찬 수







걷는 동안, 우리 함께

‘걷는 동안, 우리 함께.’ 이것은 2021년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의 슬로건입니다. 이 슬로건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이 슬로건이 마치 저의 슬로건인 것처럼 느꼈습니다. 코로나19로 제 일상에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 변화의 핵심이 ‘걷기’였습니다. 촘촘하던 일정표가 성기어진 뒤, 저는 그 빈 시간에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동네 한 바퀴, 그다음에는 동네 두 바퀴. 그러다가 조금씩 걷는 반경을 넓혀 나갔습니다.


둘레길을 걸으며

제주 올레길 스물하나가 다 열린 지 이제 거의 십 년이 되어 갑니다. 십 년 동안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제주 올레길을 모형으로 둘레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서울 둘레길, 인천 종주길, 의정부 소풍길, 양평 물소리길, 남양주 다산길, 하남시 위례길 등 수도권의 둘레길뿐만 아니라 강릉 바우길, 동해안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 서해안을 따라 걷는 서해랑길, 여기다 비무장지대를 따라 걷는 평화누리길 등. 대한민국은 둘레길 천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길’에 바람난 사람처럼 저는 걷고 또 걸었습니다.


걷기에 대한 책

제 책꽂이에도 걷기에 대한 책이 한 권 두 권이 늘어났습니다. 길, 걷기, 발걸음, 산책, 여행 등이 제 책읽기의 핵심어가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대로 몇 권 뽑아서 넘겨봅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은 두 개의 발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르루아 구랑은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 시대의 대다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인류가 아득한 옛날부터 자동차를 타고 와서 땅 위에 내려서는 중이라고 믿고 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올리비에는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1,099일 동안 걸었다고 하는데, 저도 그럴 수 있을까요? “나는 다시 길을 떠났고, 조금 가다가 멈춰서 휴식을 취했다. 눈을 들어보니, 거북이 한 마리가 비탈길 위쪽에서 둥그런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 친구여, 미리 말해두지만, 난 너와 경주하지는 않을 거야.”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역사』. “걷기의 역사가 기록된 적은 없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 “애초에 내가 걷기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핵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시위의 형태로 걷기를 선택했다.”

권기봉의 『권기봉의 도시산책』. “서울에는, 나아가 한국에는 재개발이나 복원이라는 미명 아래 헐려 나간 역사 현장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역사를 책이나 사진을 통해서만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도처(到處)가 도처(道處)인 세상의 모든 길 위의 인생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모두 그 길 위에서 쓴 것이다.” 우종영의 『게으른 산행』. “숲이 건강하지 않으면 뭇 생명들도 건강해질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게으른 산행이다. 게으른 산행은 숲의 뭇 생명을 존중하는 산행이다.”


함께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길과 걷기, 산책과 여행과 관련된 책을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을 듯합니다. 책도 책이지만, 저는 책읽기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을 걷기를 통해 느꼈습니다. 한여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산등성이에 잠시 쉴 때 불어오는 바람은 얼마나 시원한지요. 한겨울 눈길을 헤치며 산등성이를 넘어갈 때는 또 얼마나 뿌듯한지요.




초지진의 소나무. 초지진은 1871년 신미양요―미국인들은 ‘1871년 한미전쟁 United States-Korea War of 1871’이라고 부른다― 때의 격전지다. 소나무 줄기에 포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흔적은 염하강 쪽이 아니라, 지금은 매립되어 있는 논 쪽에서 쏜 포탄의 흔적이다.



강화나들길을 걸으면서는, 강화도가 원래 두 개의 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니산이 있는 강화도 남쪽이 몇백 년 전에는 고가도(古加島)라는 또 다른 섬이었다고 하지요. 한국의 산티아고 길이라고 일컫는 ‘청년 김대건의 길’을 걸으면서는, 김대건 신부님의 주검을 수습하여 밤길을 걸었다고 하는 함평이씨 이민식 빈첸시오라는 분의 신심을 생각하였습니다. 남난희의 『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에도 소개되었지만, 로저 세퍼드라는 뉴질랜드 출신의 사람이 남북의 백두대간을 답파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 우리 산하에 이런 길이 있구나. 새로운 발견이 있었고, 새로운 기쁨이 있었습니다.



함평이씨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 빈첸시오의 묘는 안성 미리내 성지, 김대건 신부님의 어머니인 고우르술라의 묘 바로 옆에 있다. 빈첸시오는 김대건 신부님의 시신을 수습하여 밤길을 걸어 미리내에 안장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길이 '청년 김대건 길'이다.



지금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시대가 끝나면 4,500km 한반도를 모두 두른다는 코리아둘레길을 걸어볼 수 있을까?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온전한 백두대간을 언제 걸어볼 수 있을까? 현장 스님이나 혜초 스님의 발길을 좇아 걸어볼 수는 없을까? 경주 석굴암에서 출발하여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걸어가 볼 수도 있겠지……. 정말 꿈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비록 이런 꿈이 이룰 수 없는 꿈이라 할지라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산리 방향의 능선. 천왕(天王)을 천황(天皇)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우리 산 곳곳에 자신들의 ‘천황’을 심고자 했다.



혜초(704~787)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은 현존하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책이다. 약 천삼백 년 전, 혜초 스님은 어떤 간절함으로 이 길을 걸어갔던 것일까.



산길을 걷다 보면, 나무판에 시를 새겨 놓은 곳이 많습니다. 그런 시 가운데, 천상병 시인의 시 ‘자연의 은혜-서울의 소년소녀들에게’를 함께 읽어 봅니다.


“애들아 들어라

이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라.

지금은 12월 겨울이지만

이윽고 내일

봄이 온다.


자연은 커다란 문을 열고

자연의 은혜를

활짝 열어 줄 것이다.


산이나 들에

꽃이 만발하고

싱싱한 나무가

너희들을 맞이할 것이다.


자연의 은혜는

너무도 넓고 기쁘다.

시골에 가서

그 자연의 은혜를

맛보아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다들 건강하시기를……. (*)






▼안찬수님의 추천책



1.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은 두 개의 발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르루아 구랑은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 시대의 대다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인류가 아득한 옛날부터 자동차를 타고 와서 땅 위에 내려서는 중이라고 믿고 있다.”

2.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올리비에는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1,099일 동안 걸었다고 하는데, 저도 그럴 수 있을까요? “나는 다시 길을 떠났고, 조금 가다가 멈춰서 휴식을 취했다. 눈을 들어보니, 거북이 한 마리가 비탈길 위쪽에서 둥그런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 친구여, 미리 말해두지만, 난 너와 경주하지는 않을 거야.”


3.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역사』
“걷기의 역사가 기록된 적은 없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 “애초에 내가 걷기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핵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시위의 형태로 걷기를 선택했다.”

4. 권기봉의 『권기봉의 도시산책』
“서울에는, 나아가 한국에는 재개발이나 복원이라는 미명 아래 헐려 나간 역사 현장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역사를 책이나 사진을 통해서만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5.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도처(到處)가 도처(道處)인 세상의 모든 길 위의 인생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모두 그 길 위에서 쓴 것이다.”

6. 우종영의 『게으른 산행』
“숲이 건강하지 않으면 뭇 생명들도 건강해질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게으른 산행이다. 게으른 산행은 숲의 뭇 생명을 존중하는 산행이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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