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작은도서관에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4월 [낭독의 즐거움]

낭독의 즐거움



 낭독,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 


김수현


 저는 낭독모임을 즐기는 독서활동가입니다. 혼자 하는 낭독과 같이하는 낭독을 모두 즐깁니다. 낭독모임에서 누군가 읽어주는 책은 혼자 읽을 때보다 더 재밌습니다. 낭독자의 고른 호흡과 기운이 전달되면 저 자신도 밝은 기운을 얻어 힘이 나고 낭독자에 대한 감사함으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누군가 읽어준 책은 다음에 한 번 더 찾아 읽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동안 낭독모임 사람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재밌는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노안 때문에 마음 접으신 분, 읽으려는 책이 너무 분량이 많거나 난해해서 혼자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 분은 책모임에서 여럿이 함께 낭독해보기를 권합니다.


 같이 하는 낭독 첫 번째 책은 신영복 선생님의 편지글 모음집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입니다. 도서관 동아리방에 빙 둘러앉아 서로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들었습니다. 정갈하고 가지런한 글씨체와 그림 솜씨,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신영복 선생님. 고된 옥살이 중에도 부모님은 물론 형수님, 조카들 안부까지 챙기는 다정함과 끊임없이 고전 공부에 매진하는 학자의 모습에 존경심이 절로 듭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자유롭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자유란 ‘자신의 이유’로 걸어가는 것, 삶에 역경이 찾아와도 묵묵히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고전의 지혜만 한 것이 없다.”고 하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수록되어있는 글 ’청구회의 추억‘을 읽을 땐 아이들을 대하는 작가님의 순수함에 제 마음도 덩달아 맑아집니다. 부처님 같은 신영복 선생님마저 옆 사람을 증오하게 만든다는 여름 감옥 이야기, 병상에 있는 어머니를 걱정하면서도 수인(囚人) 신세라서 못 찾아뵙는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안타까움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일'을 읽으며 '오늘'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사랑받고 나누는 삶'을 하고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많아서 낭독에 이어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편지글의 시작과 끝부분에 나오는 날씨, 계절 묘사도 참 아름답습니다. 그 부분만 따로 낭독 또는 필사해보시기 바랍니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도서관들은 문을 닫았고 낭독모임은 중단되었습니다. 만나지 못한다고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바로 ‘온라인 릴레이 낭독’을 하면 되니까요. 단체 카톡방에서 회원들이 돌아가며 자기 순서 날짜에 책을 녹음해 그 음성파일을 올리는 것입니다. 부담없이 하려고 3~5분 정도의 분량을 녹음해 올렸고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낭독하는 것이 즐겁다며 자기 순서 때 10분 이상 녹음하는 회원도 있었습니다. 만나지는 못해도 음성파일을 듣다 보면 바로 내 옆에 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비대면 시기를 잘 이겨내는데 낭독이 큰 힘이 된 셈입니다. 온라인 릴레이 낭독은 청주에 거주하는 저는 물론, 판교로 이사 간 회원, 미국에 나가 있는 회원까지도 함께 듣고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때 낭독한 책이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입니다. 판교 회원은 낭독의 즐거움과 책 소감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판교 회원의 허락을 받아 그 일부를 옮깁니다. 

 “낭독모임이 계속되면서 두 가지가 놀라웠다. 첫 번째는 지인들이 읽어주는 소설 속 내용을 귀로 듣는 경험이 지금까지의 독서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더 멋진 독서 경험이라는 것에 놀랐고 두 번째는 김훈 작가의 글이 너무 아름다워서 놀랐다. 전문 성우가 아니니 낭독이 어설프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녹음한 거라 음질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이따금 들리는 목 가다듬는 소리나 주변의 소음이 오히려 더 듣기가 좋고 달콤했다. 내가 녹음할 차례가 되면, 아이들이 없는 조용한 시간과 공간을 찾아 녹음했다. 그리고 내가 한 녹음을 들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또 녹음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는 '내 젊은 날의 숲'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듣고 또 낭독했는지 모른다. 눈으로, 귀로, 입으로... 여러 번에 걸쳐 여러 방식으로 정성스레 책을 읽었다. 그랬더니 두 번째 놀라움이 있었다. 책이 너무 달게 느껴지는 것이다. 밥을 오래오래 씹으면 단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문장을 오래오래 꼭꼭 씹듯이 읽으니 이것 또한 달았다. 느리지만 촘촘하게 묘사하는 문장을 두고두고 들으니 그 광경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고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아픔과 체념을 오래오래 들으니 그들이 마치 내 주변의 사람들인 듯했다. 한동안은 내가 민통선 안의 수목원에서 세밀화를 그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번 낭독모임을 하면서 좋은 묘사가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빈약한 상상력에 색을 칠하고 심드렁했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김훈의 묘사는 좋았다. 배경이 식물원이니만큼 자연물에 대한 묘사가 많았는데 듣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낭독하면서 좋은 문장은 가슴에 남고 이해가 안 되었던 문장은 머리에 들어온다.” 



 다음 소개할 책은 연암 박지원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상, 하 세트>입니다. 유머와 역설을 다룬 부분들이 있어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고 유쾌합니다. 연암은 6개월에 걸친 중국 대장정을 실감 나게 기록하고, 연행을 끝내고 돌아와 3년여의 시간을 들여 열하일기를 완성합니다. 열하일기에서 연암은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감격에 겨웠을 때는 한껏 감동하며, 통곡해야 할 때는 맘껏 울음을 터뜨리고, 좋은 것을 좋다 하고, 웃기는 것을 웃기게 표현했습니다. 열하일기를 낭독하다 보면, 솔직해지고 경쾌해지며 명랑해집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이 우울증 환자에겐 열하일기를 권하고 싶다고 하신 말씀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청나라의 화려함과 웅장한 장면보다도 길바닥의 똥 덩어리, 깨진 기와 조각, 벽돌을 유심히 관찰하고, 항상 호기심과 유머를 장착한 연암의 매력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낭독을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권하는 책입니다. 북드라망에서 출간된 낭송Q 시리즈입니다. 이 동양고전들은 낭송을 염두에 두고 출간되었습니다. 단락이 짧은데다가 어렵게 느껴지던 고전을 쉽게 풀어 써서 처음 낭독하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낭독할 수 있습니다. 낭독모임에서는 온라인 릴레이 낭독으로 진행했고 1년 동안 함께 읽은 책은 <낭송 열하일기>, <낭송 춘향전>, <낭송 논어/맹자>, <낭송 장자>, <낭송 도덕경/계사전>, <낭송 토끼전/심청전> 등이 있습니다. 

 현재 이 낭독모임에서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낭독하고 있습니다. 3년 전, 도서관에 오신 나태주 시인은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라, 스스로는 즐겁게, 남에게는 이로움을 주며 살아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저를 비롯해 회원들에게 참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게 그때를 떠올리며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릴레이 낭독은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단톡방에 올라오는 시 한 편은 각자의 마음에 물감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린 듯 여운을 남겨줍니다. 



 같이 읽은 동화로는 루리 작가의 <긴긴밤>이 있습니다. 코끼리 무리에서 자라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과의 눈물과 고통, 사랑과 연대를 다룬 동화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몫까지 살아내야 하는 노든과 스스로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내는 어린 펭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존재가 ‘우리’가 되어 긴긴밤을 뚫고 파란 지평선(바다)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이 책의 글과 그림에 홀딱 반해 찾아가는 낭독모임마다 소개했고 그 결과 여러 모임에서 낭독할 수 있었습니다. 역할을 분담해 ‘긴긴밤 낭독극 하기’,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네트워크에서 긴긴밤 낭독하기’는 새롭고 신명나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같이 낭독하고 싶은 그림책으로는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이 있습니다. 이것은 작년에 누군가 읽어준 책이었는데 따뜻한 문장들이 가슴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장면마다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 단어로 표현되어 그림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아이보다 엄마가 먼저 감동하게 되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이번엔 혼자 하는 낭독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책을 소리 내어 읽을 때, 목소리는 내 몸통을 울린 후 밖으로 나옵니다. 이렇듯 낭독은 몸을 써야 하는 일이기에 책읽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가끔 저는 고전이나 철학책을 읽을 때 잘 이해가 안 되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소리 내어 읽어보거나 녹음해서 들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최근에 저는 낭독하고 싶은 어린이책이 한 권 생겼습니다. 김은하 작가가 자신의 선언으로 다시 쓴 세계인권선언 <존엄을 외쳐요>입니다. 얼마 전 그림책 읽는 모임에서 문화다양성 주제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민자, 동물권 관련 그림책을 읽다가 함께 보게 된 책입니다. 존엄이란 무엇일까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어휘와 그림으로 '존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피부색, 성별, 종교, 언어, 국적이 달라도 가난하건 부자건, 지위나 신념이 다를지라도 우리는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나는 나의 존엄을 외쳐요. 그리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너의 존엄을 외쳐요. 우리는 누구나 존엄해요. 우리는 모두가 존엄한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얘기합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은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부분이 참 좋습니다. 생명은 모두 존엄하니까요.

 저는 가끔 좋아하는 시나 소설을 읽으면 녹음해서 지인들에게 퍼줍니다. 80대 엄마와 70대 이모가 있는 톡방에, 절친 톡방에, 윗동서 아랫동서가 있는 톡방에... 단지 책을 읽어준 것 뿐인데 이 단순한 행동이 주변 관계를 끈끈하고 단단하게 합니다. 톡방에서 일상 대화가 아닌 책 이야기가 뭉게구름처럼 퍼질 때 생각지 못한 대화를 나눈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은 누군가에겐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낭독모임 사람들에겐 특별한 책입니다. 누군가 책을 읽어주면 그 목소리에서 에너지를 느낍니다. 책 속 아름다운 문장과 함께 낭독한 사람의 ‘잘 전달하려는 마음’을 받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낭독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차오릅니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야. 살만해.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낭독과 책 이야기에 초점을 두느라 정작 낭독모임 활동한 도서관명을 언급하지 못했기에 글 말미에서나마 소개합니다. 서울 책읽는엄마책읽는아이도서관, 작은도서관 웃는책, 도곡초등학교도서관, 청주 초롱이네도서관, 광주 꿈틀어린이 작은도서관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말했습니다. “언제든지 소리 내어 책을 읽을 것”.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낭독은 혼자도 할 수 있지만 함께하면 더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낭독을 하면 몸속 장기가 원활하게 움직이게 돼서 몸이 따뜻해지고 건강해진다고 합니다. 마음에 새기고 싶은 좋은 글을 만나면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낭독하는 습관은 나를 위한, 또는 누군가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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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낭독의 즐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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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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