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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안의 착한 거울


신성욱(과학저널리스트, 작가)



리의 뇌 속에는 성능이 아주 뛰어난 거울이 들어 있습니다.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현대 뇌과학이 알려 준 새로운 사실입니다.

 뇌에 들어있는 이 거울을 발견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90년대 초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이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과학자들이 뇌 안의 거울과 관련된 또 한 가지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30여 년 전, 미국 하버드대학의 의과대학으로 가 보겠습니다. 과학자들은 수십명의 학생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입안의 침 속에 들어있는 면역물질의 양을 측정했습니다. 입안에 늘 침이 고여있는 이유는 입이 외부와 통해 있기 때문입니다. 늘 미생물, 세균 등 외부의 물질들과 접촉하지요. 침은 입으로 들어 온 외부의 물질들을 1차로 걸러냅니다. 그래서 건조한 겨울철이 되면 의사 선생님들은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입 속의 침은 내 몸을 지키는 1차 방어선이고 침 속에는 내 몸을 지키는 군대, 즉 면역물질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면역물질의 양이 줄어들면 당연히 나의 면역력도 떨어지겠지요. 건강과 직결됩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연구팀은 먼저 학생들의 침 속에 들어있는 면역물질의 양을 측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학생들에게 마더 테레사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여줬습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아시지요? 헌신과 희생의 상징과도 같은 분입니다.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인도의 불가촉 천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함께 하신 분입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고 여긴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이타적 본성을 삶으로 증명해 보인 분이죠.

자,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살펴봅시다. 과학자들은 영화가 끝난 뒤 감동에 젖어 눈물을 훌쩍이는 학생들의 입속에 고인 침을 다시 조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영화를 보기 전, 침에 포함된 면역물질의 양과 비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면역물질의 양에 큰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한 명도 예외 없이 침 속의 면역물질의 양은 50% 이상 크게 늘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천국에 계신 마더 테레사께서 학생들을 더 건강하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전구라고 했던 것일까요?

하버드의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테레사 효과’라고 명명했습니다. 테레사 효과란 다른 사람의 착한 행동을 바라보기만 해도 내 몸의 면역력이 좋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내가 직접 착한 일을 하지 않고 남이 하는 걸 바라볼 뿐인데도 기분과 마음이 좋아지는 건 물론이고 건강까지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이 신기한 현상의 원인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 뒤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이 테레사 효과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근거를 우리의 뇌에서 찾아냈습니다.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원숭이의 뇌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지능이 높은 고등 영장류의 뇌는 인간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인간 대신 원숭이 등 유인원의 뇌를 자주 연구합니다. 이 원숭이는 흉내내기, 따라하기의 천재였습니다. 사람이 하는 행동을 거의 똑같이 따라했지요. 과학자들은 원숭이가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거나 흉내낼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뇌의 특정한 영역이 활성화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따라하기 흉내내기와 관련된 뇌의 특별한 영역을 ‘거울 뇌_Mirror Neuron’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마치 거울에 비춰지는 것처럼 다른 이의 행동은 뇌의 이 영역에 비춰집니다.

 지능이 높은 동물일수록 ‘거울 뇌 시스템’이 잘 발달해 있습니다. 눈을 통해 들어 온 시각 정보가 뇌 안의 거울과 만나게 되면 뇌는 그 행동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착각합니다. 거울의 성능이 너무나 뛰어나서 똑같이 비추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 예의 범절 등 휴먼 스킬을 배우고 터득하는 과정, 또한 분명히 지어낸 것인 줄 알면서도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 등을 이 ‘거울 뇌 시스템’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고차원적인 지능과 관련된 공감능력, 문화, 예술의 생물학적 근거를 찾아내는데 한 발짝 큰 진전이 이뤄졌습니다. 다른 동물을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문화와 문명의 뿌리가 이 거울 뇌 시스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테레사 효과가 나타난 이유 역시 뇌 안의 성능 좋은 거울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착한 행위를 뇌는 자신이 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죠. 착할 일을 하고 나면 뿌듯함과 기쁨, 보람을 느끼는 것처럼 남의 착한 행동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뇌에 자극과 경험이 전해져 덩달아 흐뭇 뿌듯 기뻐지는 것입니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고 그 이기적인 인간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을 우리는 당연하게 여깁니다. 아닙니다. 틀렸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착합니다. 이기적이라기 보다는 이타적인 행동을 할 때, 서로 돕고 격려할 때 더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게다가 건강해집니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겼습니다.

지난 3년은 모두에게 너무나 힘든 시기였습니다. 우울과 짜증과 외로움과 분노가 내내 우리를 위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따뜻한 마음과 미소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바로 내 곁에 있는 가족,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백신은 바로 ’우리의 연대‘라고 한 어떤 과학자의 말이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겁니다. 우울과 짜증과 외로움과 분노가 미움으로 자라나지 않도록, 뇌 안의 착한 거울을 믿어 봅시다. 나 아닌 다른 존재와 끊임없이 마음을 주고 받고 따라하고 흉내냅니다. 그럴 때 마다 뇌 안의 착한 거울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우리 모두는 고귀하고 위대한 인간입니다.




[신성욱님의 추천 책]


1. 왜 인간인가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마이클 가자니가 지음 | 박인균 옮김 | 정재승 감수 | 추수밭 | 2009년 11월 10일 출간


2.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7과 1/2가지 진실
리사 팰트먼 배럿 지음 | 변지영 옮김 |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08월 05일 출간
 

3.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조지프 르두 지음 | 박선진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04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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